4인조 도둑이 최근 단 7분 만에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쳐낸 왕실 보석들의 가치가 1억 달러(1432억원)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이날 프랑스 RTL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루브르 박물관 큐레이터가 추정한 도난 보석들의 가치가 1억 달러 이상이라고 말했다. 베퀴오 검사장은 “하지만 (피해 금액은) 이번 도난 사건으로 인한 역사적 피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퀴오 검사장은 도둑들이 훔쳐 간 보석을 쪼개거나 녹여 판매하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들(절도범)이 보석을 파괴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번에 사라진 보석들은 따로 보험 가입이 안 된 상태였다. 프랑스 문화부는 국가 소장품의 경우 막대한 보험료 때문에 보험 미가입은 흔하다고 설명했다. 베퀴오 검사장은 현재 수사팀이 6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지난 19일 오전 4인조 도둑이 프랑스 왕실의 보석이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에 침입, 보물 8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보석류 9점을 훔쳤으나 1점은 범행 현장 인근에 떨어뜨렸다. 이들이 흘린 보석은 나폴레옹 3세 황제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왕관으로, 부서진 채로 발견됐다. 루브르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왕관은 다이아몬드 1354개와 에메랄드 56개로 장식됐다.

도난당한 물품 가운데는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다이아몬드 목걸이,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와 관련된 사파이어 목걸이 등이 포함돼 있다.
범인들은 센강변 외벽에 사다리차를 대고 건물 2층(프랑스식 1층)의 창문을 부순 뒤 내부로 침입했다. 이어 두 개의 고성능 보안 유리 진열장을 깨고 보석들을 훔쳤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단 7분이었다. 스쿠터를 타고 도주한 이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번 도난 사건으로, 세계적 명성을 지닌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시설이 지나치게 허술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프랑스 정부는 박물관 보안 시스템에 결함이 없다고 강조했으나 라시다 다티 문화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박물관의 취약성은 오래된 문제”라고 인정했다. 다티 장관은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이 대형 박물관들의 보안 강화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박물관을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간 르몽드는 박물관 직원들의 말을 인용해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할 안전 계획이 연기돼왔고 자원 부족 탓에 보안에 치명적 허점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루브르 직원에 따르면 도난 사고가 발생한 아폴론 갤러리는 기존 6명이 아닌 5명이 감시하고 있다. 아침 첫 휴식시간인 30분 동안에는 단 4명만 근무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감시원인 엘리즈 뮐러는 지난 10년간 190개의 감시직이 사라졌다며 “경영진의 결정에서 박물관 보안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회계감사원은 12월 공개할 보고서에서 루브르 박물관 내 감시 카메라 같은 보안 설비가 기준 미달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시 전시가 이뤄지는 나폴레옹 홀의 경우 현재 100%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반면 쉴리관은 60%, 리슐리외관의 75%는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루브르를 포함해 주요 박물관에서 절도 사건이 연이었다. 프랑스 검찰은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 금덩이를 훔친 혐의로 20대 중국 여성을 지난 13일(현지시간) 구속기소했다. 이 여성은 지난달 16일 새벽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총 6㎏ 상당의 금덩이를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조사 결과 박물관 문 2개가 절단기로 잘려졌고 진열장 유리는 용접기로 파괴됐다. 피해 유물은 18세기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에 기증된 볼리비아산 금덩이, 1833년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1세가 박물관에 기증한 우랄산맥 금덩이, 19세기 후반 골드러시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 1990년 호주에서 발견된 5㎏이 넘는 금 등 4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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