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업무의 75% 자동화 추진…“노동시장 충격 불가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Amazon)이 인공지능(AI)과 로봇 자동화에 기반을 둔 초대형 인력 구조조정을 준비 중이다.

미국 내 두 번째로 많은 120만명을 고용한 거대 기업이 오는 2030년까지 최대 60만명을 감축할 계획을 세우면서 노동시장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030년까지 75% 자동화”…아마존의 ‘로봇 제국’ 구상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2030년까지 물류 및 창고 운영의 75%를 자동화하고, 최대 60만개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 자동화팀은 2027년까지 미국 내 약 16만명의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며, 1차 감축 목표를 30%로 설정했다.
최종적으로는 ‘무인 창고 시스템(Autonomous Fulfillment Center)’을 구축해 인력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존 로봇공학팀은 이미 △자율주행 운반 로봇 △AI 물류 관리 시스템 △로봇 팔 픽킹 기술을 결합한 ‘완전 자율 창고’ 모델의 시범 운영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대규모 실직 사태가 초래할 지역 사회의 반발을 의식해 기업 이미지 제고 전략도 함께 검토 중이다.
해당 문건에는 “지역 축제와 행사 참여를 확대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AI’나 ‘자동화’ 같은 단어 대신 ‘첨단기술’, ‘코봇(Cobot, 협업 로봇)’ 등의 완화된 표현을 쓰는 언어 전략(프레이밍)도 논의되고 있다.
자동화로 인한 대중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PR 전략으로 해석된다.
산업 자동화 전문가는 “단순한 인력 감축이 아니라 물류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산업 전환의 본격화라고 본다.
AI 기반 물류 의사결정 시스템이 도입되면 창고의 재고, 운송, 포장 과정이 인간의 개입 없이 이루어지는 ‘완전 자율 운영체계’로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전문가는 “120만명을 고용한 아마존이 60만명을 줄이면 이는 단일 기업이 아니라 국가적 고용 위기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시장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블루칼라(현장 노동자) 직종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재교육과 직업 전환 프로그램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사회 불안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불평등 심화의 ‘그림자’
아마존 창고 근로자 다수는 흑인·히스패닉 등 유색인종이다.
자동화 충격은 단순 일자리 문제가 아닌 인종적 불평등의 확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술 혁신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디지털 계급화’ 문제도 제기된다.
자동화의 혜택은 백칼라·기술직으로 집중되는 반면, 비숙련 노동자는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축제를 통한 이미지 개선은 CSR(사회적 책임)이라기보다는 위기관리 전략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투명한 소통, 재교육·재배치 프로그램 투자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가 일자리를 삼키는 시대”…기술 진보의 양면
아마존은 유통 기업이 아닌 AI 기반 기술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비용 절감 이상의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AI와 로봇 자동화는 단기적으로는 고용을 줄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엔지니어·로봇 정비·AI 운영 관리자 등 고임금 신직종을 창출할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그 전환을 누가,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느냐”에 달려 있다.
‘코봇’, ‘첨단기술’ 같은 용어는 구조조정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언어 전략이다.
기술기업들은 종종 ‘기술 낙관주의’를 강조하는 언어를 통해 여론을 관리한다.
이는 대중에게 ‘기술의 발전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구조조정의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아마존의 구조조정 계획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AI와 자동화가 본격화되는 ‘포스트 휴먼 노동시대’의 서막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간의 자리를 줄이는 이 흐름 속에서 기업의 책임 있는 전환 관리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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