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군비 증강 비난하며 ‘중립 외교 노선’ 고수
“임기 내 ‘아일랜드 통합’ 주민 투표 실시 희망”
아일랜드 대통령 선거에서 영국에 비판적이고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야당의 지지를 받는 좌파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영국령 북(北)아일랜드까지 포함한 통합 아일랜드 수립을 위한 노력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은 국민 직선으로 뽑히긴 하지만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역할에 그치고, 실권은 의회 다수파가 선출한 총리와 그가 이끄는 내각에 있다. 대통령 임기는 7년으로 재선에 성공하면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25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 결과 무소속 캐서린 코널리(68) 후보가 과반을 훌쩍 넘긴 63%의 득표율로 당선을 확정지었다. 비록 투표율이 46%에 그치긴 했으나 코널리가 전국적으로 얻은 91만4143표는 아일랜드 대선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에 해당한다. 아일랜드 인구는 530만명이 조금 넘는다.
코널리 당선인은 오는 11월 11일 마이클 히긴스(84)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아일랜드 제10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히긴스는 2011년부터 14년 가까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왔다.
현재 아일랜드 의회 의원인 코널리 당선인은 공식적으로는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무당파다. 하지만 이번 대선 선거운동 기간 그는 ‘좌파 연합의 대표’를 자처했으며 실제로 노동당, 사회민주당, 좌파 성향 무소속 국회의원 등이 그를 지원했다. 코널리 당선인은 주택 부족과 물가 상승 등 생활고 문제의 해결, 국제사회에서 아일랜드의 중립성 강화, 유럽연합(EU)의 군비 증강 반대 같은 공약을 제시했다.
아일랜드는 서방의 일원으로 EU 회원국이나, 평화주의 노선을 강조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 동맹에는 가입하지 않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일랜드 의회 제1야당이자 강한 민족주의 성향인 신페인 당이 독자적인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코널리 당선인을 지지했다는 점이다. 과거 아일랜드와 영국의 완전한 분리를 추구한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계보를 잇는 신페인 당은 독립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나눠진 아일랜드 섬의 현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아일랜드가 과거 아일랜드 섬을 식민지로 지배한 영국의 제국주의 잔재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증거라는 주장을 편다.
코널리 당선인도 아일랜드에 대한 영국의 식민 지배 역사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대통령 임기 7년 동안 아일랜드 국경 재조정 및 아일랜드 통일에 관한 주민 투표가 실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극히 미미하다. 대신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파 지도자가 총리를 맡아 행정부를 이끈다. 현재는 온건 보수 성향인 피어너 팔(아일랜드 공화당)과 피너 게일(통합 아일랜드당)이 연립정부를 형성하고 있다.
피어너 팔 소속인 미할 마틴 총리는 친영(親英) 성향이 강하며 영국 등 서방과 아일랜드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선 선거운동 기간 코널리 후보의 좌파 정책 그리고 고립주의에 가까운 외교 노선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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