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화물차 운전자 입건…“사람 못봤다” 진술
충북의 한 마라톤 대회에서 80대 트럭 운전자의 차에 치인 청주시청 소속 선수가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령의 운전자는 선수 부모에 참회의 뜻을 전했다. 이 선수는 유망주였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급증함에 따라 안전사고도 잇따르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안전 규정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11일 경찰과 충북체육회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8분쯤 옥천군 동이면에서 열린 한 역전마라톤대회에서 청주시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A(25)씨가 B(82)씨의 1t 화물차에 치였다. 이 사고로 A씨가 머리를 크게 다쳐 대전의 한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6시간30여분 만에 결국 뇌사 판정을 받고 연명 치료에 들어갔다.
A씨는 영동군에서 출발한 같은 팀 주자에게 배턴을 받아 도로 2차로 바깥 차로로 300m가량 달리다 사고를 당했다. 1차로를 주행 중이던 B씨가 갑자기 2차로로 차선을 변경, 경찰차와 A씨 사이에 끼어들어 A씨를 덮쳤다. 사고 당시 A씨는 최선두에서 달리고 있었고, 경찰 순찰차는 약 20~30m 앞에서 선수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차량 통행이 혼잡한 상태는 아니었다. 경찰은 당시 트럭이 시속 약 57㎞로 A씨를 덮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마라톤대회 구간(도로)은 2개 차로였는데 1개 차로는 일반차량 통행에 사용됐고 나머지 차로가 마라톤 선수들을 위해 통제됐다. 시군 대표들만 참가해 한 번에 같이 뛰는 선수가 9명뿐이어서 2개 차로 중 1개 차로만 통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엘리트 마라톤 대회에선 코치진이 탑승한 차량이 선수 보호를 위해 뒤따라 붙는데, 이번 사고는 선수들이 어깨띠를 이어받는 구간을 피해 코치진의 차량이 A씨를 앞서가 대기하고 있던 사이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전날 경찰에 “앞이 안 보였다”고 진술했다.
B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선 “신호등을 보느라 사람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해당 신호등은 사고 지점 전방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선 변경 이유에 대해선 “다른 차량을 먼저 보내주기 위해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바꾸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조사를 마친 뒤 사고 조사 진행 상황을 듣기 위해 경찰서를 찾은 피해자 부모를 만나 참회의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음주나 약물 복용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상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올해 8월 청주시청에 입단한 A씨는 각종 마라톤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유망주로 부상한 선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이적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 마라톤 대회는 충북육상연맹 등이 주관하는 도내 시군 대항전으로, 전날부터 3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번 사고로 오는 12일까지 예정된 마라톤 대회 잔여 일정은 즉시 취소됐다.
전국적으로 마라톤 대회가 증가하며 안전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총 254회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9회에서 1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사고 발생 건수도 급격히 늘었다. 2020년 이후 총 179건의 사고가 보고됐는데, 그중 40%(63건)가 지난해에 집중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에서도 전국체전 하프마라톤 경기 중 남자일반부 경기도체육회 소속 선수인 20대 남성이 승용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왼쪽 다리 관절을 다친 이 선수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이 사고는 당시 70대 운전자가 사고 직전 주행 구간인 3차선을 달리다가 우회전한 뒤 통제구간인 2차선으로 진입하다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경기 진행요원이 차량을 3차선으로 유도했으나 그는 앞서가던 선수와 추돌했다. 이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선수를 발견했으나 미처 못 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연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 행사 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확대하고 안전관리 미이행 시 제재 조항을 신설할 계획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BBC의 굴욕](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8027.jpg
)
![[데스크의 눈] 빚투에 대한 이중잣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0/11/10/128/20201110523430.jpg
)
![[오늘의 시선] 다카이치 ‘대만 파병’ 발언과 한국의 딜레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7592.jpg
)
![[안보윤의어느날] 소통이 사라진 자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128/20251111517579.jpg
)






![[포토] 아이린 '완벽한 미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1/300/20251111507971.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