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올림픽이 할퀸 숲… 지구촌에 ‘경종’ 울리다

입력 : 2025-11-11 20:15:00 수정 : 2025-11-11 19:51:01
이규희 기자

인쇄 메일 url 공유 - +

다큐 ‘종이 울리는 순간’ 김주영·소헤일리 감독

평창 가리왕산 벌목, 伊서도 되풀이
“현재의 방식, 지속 가능하지 않아”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장내 아나운서는 영어로 외쳤다. “종이 울리는 순간, 종소리가 온 한국에 울려 퍼지며 세상을 평화와 축제의 장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그 울림은 누군가에게는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류가 지속해온 개발 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경고음으로 들렸다. 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종이 울리는 순간’은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 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가리왕산의 이야기를, 인류 보편의 문제로 확장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공동 연출을 맡은 김주영·코메일 소헤일리 감독 부부를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종이 울리는 순간’을 공동연출한 김주영 감독.  시네마달 제공

강원 정선과 평창에 걸친 가리왕산은 조선 세종 때부터 출입과 벌목을 제한한 보호구역이었다. 높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국내 최대 규모 원시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천 년의 숲은 평창올림픽 단 3일의 경기 진행을 위해 잘려나갔다. 정부는 당초 ‘원형 복원’을 전제로 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복원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 스틸컷. 시네마달 제공 

영화 전반부는 가리왕산의 식생과 야생동물, 이들의 터전이 파괴된 현장을 보여준다. 환경단체 활동가와 연구자, 개발을 지지하는 지역 주민, 복원 계획을 미루는 행정가 등 다양한 입장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복잡한 층위를 드러낸다. 

 

후반부는 2026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준비 과정을 비춘다. 현지인들은 이탈리아에 이미 방대한 스키 인프라가 있음에도 또다시 삼림을 밀어내고 경기장을 건설하는 현실에 분노한다.   

 

‘종이 울리는 순간’을 공동연출한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  시네마달 제공

현지 취재는 순탄치 않았다. 소헤일리 감독은 “올림픽을 앞둔 이탈리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라며 “수차례 인터뷰를 진행했던 취재원이 촬영 직전에 ‘이미 제공한 영상과 인터뷰 자료를 모두 폐기하고 더는 연락하지 말라’며 잠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라는 범국가적 행사를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공격을 받거나 법적 대응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감독들은 가리왕산을 한국만의 일이 아닌 세계적 패턴 속 한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감독은 “한국과 이탈리아와 상황이 너무 닮아 놀라웠다”며 “세계적 맥락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국내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데도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란 출신인 소헤일리 감독은 한국어, 특히 사투리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국내 촬영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언어의 거리감은 결과적으로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는 “출입금지 표시가 있어도 일단은 들어가 찍었고, 누군가 ‘카메라를 내리라’고 해도 못 알아듣는 척하며 계속 촬영했다”며 “덕분에 벌목 장면도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선군수 등 인터뷰 대상에게 돌려 말하지 않고 ‘아픈’ 질문을 던질 수 있던 것 역시 한국 사회의 미묘한 문화적 압력에서 한 발짝 벗어난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올림픽을 ‘악당’으로 규정하거나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 감독은 “스포츠 정신의 숭고함은 절대 폄하할 수 없다”며 “선수들은 인생을 바쳐 대회를 준비하지만, 기후변화로 2080년에는 기존 모든 동계올림픽 개최 도시에서 경기를 열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방식의 대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이블카와 대규모 관광단지, 골프장 등 전국에서 난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이 울리는 순간’을 통해 관객들이 각 지역의 이슈에 함께 ‘종을 울려주기를’ 바랍니다.” (김주영·소헤일리)


오피니언

포토

엔믹스 설윤 '완벽한 미모'
  • 엔믹스 설윤 '완벽한 미모'
  • [포토] 아이린 '완벽한 미모'
  • 임지연 뚜렷 이목구비…완벽 미모에 깜짝
  • '고우림♥' 김연아, 물오른 청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