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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그놈의 ‘영포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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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24 22:43:40 수정 : 2025-11-24 22:43:39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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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가 된 지 좀 지난 얘기라 이 칼럼을 쓰기가 살짝 민망하지만, 최근 동네 친구의 청첩장 모임 및 결혼식에서 이 얘기가 나와서 한 번 써보려 한다. ‘영 포티’(Young-Forty). 두 차례 모임에서 “과연 우리는 영 포티인가?”가 가장 큰 화두였다. 서로 입고 나온 옷이나 모자, 신발 브랜드를 따져가며 ‘이건 영 포티 브랜드가 맞다, 아니다’로 한참 수다를 떨어댔고, 결론은 “왜 이리 한국은 남이 뭘 입고 쓰는지 그리 신경 쓰는 걸까”로 귀결됐다.

영 포티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2015년쯤이라고 한다. 마케팅 시장에서 1990년대에 20대를 보냈던 ‘X세대’, 1970년대생들이 40대에 진입하면서 생긴 경제적 여유로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주목받으면서였다. 이때만 해도 영 포티는 자기 계발을 등한시하지 않고 건강관리를 통해 젊게 사는 40대라는 좋은 이미지를 지닌 단어였다.

남정훈 문화체육부 기자

이 단어가 10년이 지난 지금엔 혐오 가득한 단어가 되어 부정적인 ‘밈’으로 소구되고 있다. 주로 보수적 성향이나 남성주의 성향이 강한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잇값 하지 못하고 젊은 척하려는 중년층’들을 비꼬고 조롱하는 단어로 재생산되고 있다. ‘20대 여성에게 고백 공격하는 40대 철없는 남자’라는 뜻을 담아 ‘스윗 영 포티’라는 표현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 포티를 상징하는 정체불명의 이미지 컷들도 온라인상에 돌아다닌다. 적당히 살집이 있는 몸매에 슈프림이나 뉴에라 스냅백 모자를 쓰고, 솔리드 옴므나 스투시, 슈프림 등 로고플레이하는 티셔츠, 포터 가방을 메고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은 모습까지. 이런 이미지 컷들을 보며 20대 젊은 층들은 ‘영 포티 룩’이라며 조롱하고 낄낄댄다.

영 포티 브랜드라 불리는 옷이나 신발, 모자를 여럿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변명해 보자면 예전 10~20대 시절엔 비싸서 잘 사지 못했고, 용돈이나 알바비를 한푼 두푼 모아 샀던 브랜드를 이젠 경제적 여유가 다소 생겼으니 큰 출혈 없이 살 수 있게 되어 사는 것뿐이다.(결코 젊은 척하려거나 ‘젊은 애들이 입으니 나도 입어서 핫 피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사는 게 아니라고!)

20대 남성들이 윗세대 남성들을 영 포티 밈으로 조롱하는 건 ‘MZ세대라서 저런가’ 식으로 자신들을 MZ세대론에 가두는 것에 대한 미러링으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대론을 당한 세대가 또 다른 세대론으로 대응한 셈이다.

안 그래도 한국은 정치권에서 세대 간 낙인찍기, 세대 갈라치기를 빈번하게 활용한다. 정치권은 세대론을 도구화해 특정 세대에 대한 다수 표심을 가져오려는 게 그 목적이다. 다만 세대론은 특정 나이대 전체를 싸잡아 일반화함으로써 세대 내의 다양한 담론이나 불평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가리기 때문에 세대론이 팽배할수록 그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세대론 매몰되지 말자. 남이 뭘 입건, 무슨 유튜브를 보건,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졌건, 그 사람 개인으로만 판단하자. 어떤 40대 남자가 “나 정도면 괜찮잖아?”라며 20대 여성에게 치근덕대는 건, 그가 영 포티여서가 아니다. 그냥 정신 나간 아저씨의 이상행동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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