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모습이 원이 아닌 도형이라면. 시계의 외형은 원운동하는 시침, 분침, 초침 구조상 전반적으로 원형을 띈다. 이 때문에 시계는 원형이 가장 기본이 됐지만, 동시에 외관상 원이라는 테두리에 갇히게 됐다.
시계 제조사들은 끊임없어 원형 디자인에서 변화를 주고 싶어했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원운동하는 시계 바늘과 어긋난 각진 시계 케이스는 자칫 위화감을 가져다 주었고, 이는 소비자들에게 불호로 이어지기 쉬웠다.
그럼에도 시계 제조사들은 원형 디자인을 탈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원형이 아닌 시계가 그 제조사의 상징성을 지닐 정도로 성공하기도 한다.
◆AV86의 첫번째 사각형 디자인
최근 ‘어바웃빈티지’(AV86·옛 스코브안데르센)에서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를 출시했길래 주문해봤다. AV86은 스코브안데르센으로 알려진 시계 제조사로 AV86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주문 직후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물품이 출하됐고, 3~4일만에 받아볼 수 있었다.
주문한 시계는 ‘1904 크로노그래프’ 모델이다. 이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전적으로 사각형의 독특한 외관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시계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이라 눈에 띄었다. 또한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도 흔치 않은 연두색 다이얼이 선택의 포인트였다.
시계의 사이즈는 38mm다. 원형이 아닌 시계가 40mm가 넘어가면 보통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다. 원형이 아닐수록 시계의 사이즈는 작아야 한다는 불문율이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작으면 가독성이 같은 사이즈의 원형 시계보다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적당한 ‘골디락스’ 사이즈여야 한다.
두께는 10mm로 두껍진 않았다. 다만 이 모델은 배터리가 들어가는 쿼츠 무브먼트(엡손 VR31)가 들어가는데, 쿼츠 무브먼트 특성상 시계 두께를 얇게 뺄 수 있다는 점에서 해당 시계가 좀 더 얇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긴 하지만, 최고의 시계 브랜드 ‘파텍필립’의 노틸러스(Nautilus) 5712 모델의 경우 사각형 디자인에 날의 위치를 알려주는 ‘문페이즈’와 날짜를 표시하는 ‘데이트’ 기능까지 넣은 기계식 무브먼트임에도 두께가 8mm 수준이다. 시계는 1mm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1~2mm 차이가 분명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이번 AV86의 1904 크로노그래프 모델은 파텍필립 노틸러스의 500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서 사각형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경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원형’을 벗어나기 위한 시계의 노력
앞서 언급했듯 시계는 원형의 외관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역사이기도 하다. 오늘날 새롭게 디자인 되는 시계에서 원형이 아닌 시계를 찾기 힘들지만, 오히려 손목시계가 대중화 되기 시작한 20세기 초중반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빈티지 시계를 조금만 찾아보면 사각형은 물론 육각형, 팔각형, 심지어 십각형 디자인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제조되는 무브먼트는 시계 케이스에 맞춰 대부분 원형인데, 20세기에 제작된 무브먼트 중에선 사각형이 아닌 모습으로 설계되곤 한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디자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20세기 초중반에는 미니멀리즘으로 대표되는 오늘날과 달리 아르데코 양식(Art Deco Style)이 유행했다. 아르데코 양식은 직선과 곡선의 규칙적이고 대칭적인 형태를 주는 간결미가 특징이다.
이 양식이 시계에 접목되면 직사각형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오늘날에도 아르데코 양식으로 잘 알려진 시계는 예거르쿨트르의 ‘리베르소’(Reverso)와 까르띠에 ‘탱크’(Tank)가 있다. 이 두 시계는 오늘날에도 인기며 해당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아르데코 양식이 아니어도 예거르쿨트르의 리베르소나 까르띠에 탱크처럼 원형이 아닌 시계가 해당 브랜드의 상징 모델로 자리잡곤 한다.
앞서 언급한 파텍필립의 노틸러스 이외에도 바쉐론콘스탄틴의 ‘말테’(Malte), 불가리의 ‘옥토’(Octo)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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