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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지도원’ 없이 살아가는 중국인 유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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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24 22:56:58 수정 : 2025-12-24 22: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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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학에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제도가 하나 있다. 바로 ‘지도원’ 제도이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따르면, 지도원은 학생의 사상·정치 교육과 일상 관리, 취업 지도, 심리 건강, 학생 당·단체 활동 등을 담당하는 학교 소속 공직 인력이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지도원이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반을 맡아 관리한다. 일반 대학에서 지도원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석사 학위가 필요하다.

나는 2012년 중국 후난성의 한 대학에서 학부 과정을 밟았다. 그래서 나는 이 제도를 몸으로 직접 체험했다. 내가 속했던 단과대학에는 세 개의 세부 전공이 있었고, 각 전공마다 50명 내외의 학생과 전담 지도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학업 측면에서는 지도원은 성적과 학점 관리, 장학금 및 우수 학생 선발 역할을 맡는다. 생활 측면에서는 정서적 안정과 기숙사 생활 지도를 담당한다. 기숙사의 일상 관리는 사감이 담당하지만 안전이나 규율과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지도원의 책임에 속한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내 직속 선배 중 한 명은 중국 우한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모교에서 지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 선배에 의하면, 요즘 대학생들의 스스로 문제를 처리하는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도원의 개입이 지나치게 많아져 점점 의존적으로 되고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은 “어차피 누군가가 대신 책임져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상황은 아주 다르다.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수강 신청, 학점 관리, 행정 절차까지 모두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중국인 유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일들은 학부 시절부터 스스로 해결해 온 한국인 대학원생들에게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오랜 기간 지도원의 보호 속에서 성장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의 학부 과정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우선 지도원에게 연락하고 지도원은 대체로 비교적 명확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학생은 그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원의 연구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도원 제도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한·중 양국의 대학 제도 차이, 개인의 역량 차이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 학생들의 대학원 적응 문제를 논의할 때 중국 내부의 문화·제도적 배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학부 4년 동안 지도원의 전면적인 개입과 관리 속에서 성장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며 겪는 적응의 어려움과 문화적 충격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중국 대학의 학생 관리 제도 자체가 미치는 영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중국인 유학생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잘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탕자자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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