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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넘어 평화로, 가정연합 위기 속 역설 [종교칼럼]

입력 : 2025-12-24 18:46:24 수정 : 2025-12-24 18:46:24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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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지금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1954년 창교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정치인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총재와 전직 고위 간부가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종교 해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이들은 국내외 많은 교인들일 것이다. 교인들은 신앙적 신념에 따라 국가 정책에 호응하며 세계 곳곳에서 평화운동을 펼쳐왔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 가정연합의 모든 활동은 이른바 ‘정교유착 프레임’ 속에 갇혀 어떤 설명으로도 그 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가정연합에서 47년간 목회 활동을 해온 한 원로목사는 프랑스 파리에서  ‘통일교 게이트 유감’이라는 글을 통해 문선명 총재는 생전에 정치인과의 금전 거래를 절대 금지했으며, 이는 철저한 원칙이었다고 밝혔다. 문 총재의 평화 이상을 계승했으나 정치 세계의 생리를 꿰뚫었던 문 총재와 달리, 한학자 총재는 고령과 건강 문제로 중요한 사안을 대신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현재의 논란을 이해하려면 가정연합이 무엇을 위해 정치의 문을 두드렸는지부터 짚어봐야 한다. 문 총재의 평화 사상, 그리고 종교와 정치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다. 문 총재는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고, 하나님을 중심한 공생·공영·공의주의를 통해 남남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적 남북통일을 이뤄야 한다고 보았다. 더 나아가 한국이 세계 평화의 중심 국가로서 사명을 다하길 바랐다.

 

그는 종교를 ‘마음의 자리’로, 정치와 경제를 ‘몸의 자리’로 규정했다. 마음과 몸이 하나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될 때 온전한 인간이 되듯,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유엔 또한 거듭나야 한다고 보았다. 즉, 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상원의 역할을, 정치 지도자들이 하원의 역할을 맡아 상호 협력하는 구조 속에서 마음과 몸이 하나 된 유엔이 될 때, 비로소 항구적 세계 평화가 가능하다는 구상이었다. 이러한 신념으로 문 총재는 종교와 정치의 협력 관계를 일관되게 견지해 온 것이다.

 

종교와 정치의 상호 보완을 강조한 이러한 구상이 내적 평화 방안이라면, 외적 평화 방안은 전 세계를 ‘길’로 연결해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한 하나님 아래 인류는 한 형제’라는 가치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것이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문 총재는 1981년 서울에서 전 세계 과학자 700여 명을 초청해 제10회 국제통일과학회의를 열고, ‘국제평화고속도로’ 구상을 제안했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중국·한국·일본을 잇는 ‘아시아권 대평화고속도로’를 1단계로 추진하고, 이를 전 세계로 확장한 ‘자유권 대평화고속도로’를 건설하자는 구상이었다. 당시 몰튼 카플란 미국 시카고대 교수를 비롯해 노벨상 수상자가 7명이나 참석했으며, 참가자 전원이 기립박수로 공감을 표했다. 문 총재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에 국제하이웨이재단과 일한터널연구회를 조직해 사업이 실현 가능하도록 지원했다. 이에 호응해 니시보리 에자부로 초대 남극월동대장, 사사 야스오 홋카이도대 교수 등 일본 인사들이 추진에 앞장섰다. 한국에서도 정창희 서울대 교수, 황학주 연세대 교수, 성백전 한국해외건설 사장 등 각계 권위자들이 초기부터 참여했고, 서의택 부산대 교수, 허재완 중앙대 교수, 김삼환 호서대 교수 등 도시·토목 분야 전문가들이 자문에 힘을 보탰다.

 

한일터널이 양국에서 지속적으로 논의되자 정치권의 관심도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노태우·김대중·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한일 화합의 한 방안으로 검토할 필요성을 언급했고, 일본에서는 모리 요시로 총리가 ‘아셈터널’로 명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자와 다이조 전 법무상,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 다수의 정치인이 깊은 공감을 표했다.

 

국내외 학자와 정치지도자들이 이 구상에 주목해 온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이 단순한 토목 사업이 아닌, 한일 화합과 남북통일, 나아가 동북아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정연합이 추진해 온 평화 인프라 구상과 현재 제기된 정교유착 혐의는 분리해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향한 꿈까지 멈출 수는 없다. 인류의 모든 창조적 도전은 언제나 꿈에서 시작되었고, 그 꿈은 결국 현실이 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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