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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 70주년, 교황의 축복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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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6-01-03 15:56:51 수정 : 2026-01-03 15:56:51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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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1월 1일 당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새해에 꼭 해야 할 일들 목록을 올렸다. 총 10가지 중에 ‘거제도와 기적의 배가 도착했던 장소 방문하기’가 포함돼 있었다. 2020년은 1950년 발발한 6·25 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였다. ‘기적의 배’란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 도중 북한 피난민 1만4000여명을 태우고 흥남에서 출항한 미국 민간 화물선 ‘메리디스 빅토리’호(號)를 의미한다.

대전 성심당 본점 모습. 뉴스1

3일간의 항해 끝에 1950년 12월 24일 메리디스 빅토리는 경남 거제도에 도착했다. 임신한 여성 5명이 배 안에서 출산하는 긴박한 상황도 있었으나 모두 무사히 살아남았다. 미군 측은 이를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2020년 10월 마침내 거제도를 찾아 꿈을 이룬 해리스 대사는 꼭 70년 전 메리디스 빅토리가 입항한 곳에 세워진 기념 조형물을 살펴봤다. 그리고 SNS를 통해 “이번 출장의 마지막 행선지는 메리디스 빅토리 호의 1950년 흥남철수작전 기념비였다”며 “매우 감동적이고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메리디스 빅토리를 타고 남한에 온 이들 가운데 함경남도 함흥이 고향인 독실한 천주교 신자 임길순(1912∼1997)이 있었다. 그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인 1956년 서울행을 결심하고 가족과 함께 기차를 탔다. 그런데 열차가 고장이 나 중간에 대전에서 내려야 했다. 우연히 대전 시내 어느 성당을 찾은 임길순은 미국 구호품의 일부인 밀가루 두 포대를 받았다. 그것으로 찐빵을 만들어 시중에 판 것이 오늘날 성심당(聖心堂)의 시작이다. 이를 한·미 동맹의 상징으로 여긴 것일까. 2023년 5월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대전 성심당을 방문해 ‘튀김소보로’를 사먹은 뒤 “정말 맛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성심당의 기원을 알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교황 레오 14세. 세계일보 자료사진

새해 첫날인 1일 교황 레오 14세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성심당에 축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전해졌다. 교황은 “대전의 유서 깊은 제과점 성심당에 축복의 인사를 전한다”며 “성심당이 지난 세월 동안 교회 공동체,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쌓아 온 사회적·경제적 업적에 깊은 치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2021년 교황청 성직자성(省) 장관에 임명되기 전까지 천주교 대전교구장으로 오래 사목한 유흥식 추기경이 교황과 성심당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심당이 앞으로 70년 동안에도 한·미 동맹의 상징이요, 삶이 버거운 이웃들의 벗으로 계속 자리매김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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