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예산 1.25조 대만달러 편성
野 설명 부족 이유 수개월 ‘몽니’
정부, 일부만 브리핑… 정쟁 여전
값비싼 해외원자재 의존 걸림돌
공급망 부족·시장인프라도 미비
내수 조달 기반 양산 확대 과제
대만해협을 둘러싼 대만과 중국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만이 ‘민주주의 진영의 드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드론 자립화에 나섰다. 지난해 드론 산업 육성에 442억대만달러(약 2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드론 전력 확충을 포함한 1조대만달러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을 마련했다. 대만은 이를 통해 ‘민주주의 진영의 드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정치권에 막힌 대규모 투자
22일 대만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지난해 10월16일 2025∼2030년 무인 항공기 국내 생산에 약 442억대만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행정원이 공개한 예산안에는 기존 자금 104억3000만대만달러와 신규 배정액 338억대만달러가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국방용을 포함 공공부문에서만 드론 약 10만대를 확보하기로 했다.
대만 정부는 또 자이현 등지에 드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연구·시험·시뮬레이션·제조를 묶는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립 중산과학기술연구원과 자이현 지방정부는 민슝향에 드론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자이현 푸쯔시에 있는 무인항공기 연구개발센터와 협력하여 드론 개발을 촉진할 예정이다. 약 68억5000만대만달러의 건설 예산이 투입될 이 시설에서는 군용 및 상업용 드론의 연구 개발 및 제조가 이뤄질 예정이다.
행정원은 이와 별도로 지난해 11월27일 총 1조2500억대만달러 규모의 특별 국방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비대칭 전력과 첨단 방공 시스템을 중심으로 자국 방어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다만, 이 특별 국방예산에 대해 야당이 “설명이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면서 처리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일 야당인 국민당(KMT)과 대만민중당(TPP)은 입법원(의회) 절차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본회의 안건으로 올리는 것을 막고, 라이칭더 총통이 먼저 의회에 출석해 필요성과 내용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의 요구는 국방 강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대규모 예산 승인을 위해선 △세부 사업 항목·단가·일정 제시 △기밀 처리 범위 확정 △사후 집행 점검·감사 및 성과지표 등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여당과 야당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아 예산안의 상정·심사 절차가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결국 정부의 예산안 본회의 상정은 야당에 의해 지난 9일까지 총 6차례 저지됐다.
이 과정에서 야당의 총통 출석 요구는 라이 총통을 겨냥한 탄핵안 발의 공방과도 겹치며 정치적 긴장을 더 키웠다. 야권은 지난해 12월26일 라이 총통이 지방정부 세수 배분을 늘리는 법안을 공포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아 탄핵 절차 개시안을 의결했다. 올해 21일 탄핵 심사 일정에 맞춰 라이 총통의 출석·설명을 요구했지만 라이 총통은 불출석했다. 라이 총통은 2024년 10월 대만 헌법재판소 판단을 근거로 “의회가 총통을 상대로 질문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참석을 거부했고, 야권은 “의회 통제를 회피한다”고 반발했다.
정부·여당은 자국 국가안보 기밀보호 관련 법령과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 절차 등 때문에 무기 도입 세부 내역을 즉시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FMS는 미국 정부가 중개해 외국 정부에 무기·서비스를 판매하는 제도로, 미 의회 통보 등 절차가 끝나기 전에는 거래 세부 내역 공개가 제한될 수 있다. 대만 국방부는 야당이 요구하는 ‘세부 내역 공개’는 보안·절차상 제약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밀 범위의 설명은 비공개회의 등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공하겠다고 설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리슝 국방부장(장관)은 지난 19일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브리핑을 진행하고 조기 심사를 촉구했다. 국방부는 다음날인 20일,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특별예산의 무기체계를 7개 범주로 제시하면서 무인항공기(UAV) 20만여대와 무인수상정 1000여척 및 대드론 체계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비공개 설명을 두고 야당이 반발하면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장차가 좁혀질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규제·공급망 부족 등 극복 과제
드론 산업 육성 442억대만달러와 특별 국방예산 1조2500억대만달러가 투입되더라도 대만이 드론 자립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당장 드론 공급망이 문제다. 값싼 중국산 제품 없이 산업을 육성하기도 쉽지는 않은 형편이다. 대만이 중국산 부품을 배제한 ‘탈중국’ 드론 공급망 구축에 나서는 과정에서 제조원가 상승, 핵심 원자재 의존, 미국 수출통제, 인증·시험 인프라 부족 등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대만 정부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사회·신흥기술 연구소(DSET)는 지난해 6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비(非)중국산 부품으로 전환할 경우 가격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동맹국에서 수입하는 SDR(소프트웨어 기반 라디오) 영상전송 칩의 경우 중국 드론 기업 DJI의 자체 칩보다 최대 10배 비쌀 수 있다고 언급했다.
DSET는 또한 대만 정부가 드론을 포함한 중국산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의 사용·조달을 제한한 이후, 이른바 ‘비중국’ 드론의 가격이 중국산 대비 2∼3배 수준으로 상승해 예산이 부족한 일부 부처가 조달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배터리 셀·양극재(광물)와 드론 모터 핵심 부품인 희토류 자석 등이 중국이 지배하는 공급망에 묶여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군용급 핵심 부품 확보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는 군용급 열상센서가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통제 대상이고 공급이 특정 기업에 집중돼 대만이 광학 부품 역량을 보유하더라도 군용급 사양을 맞추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자립과 완제품 수출 모두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DSET는 “대만 내 비행시험 여건 역시 제한구역이 많고 승인 절차가 느려 제품 검증과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며 “2025년 6월 기준 대만의 연간 드론 생산능력은 대략 8000~1만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모든 지표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만 드론 산업은 성장 조짐은 확인됐지만 이를 ‘지속 가능한 양산·수출 체계’로 굳히는 단계에서 정치·산업의 벽에 막힌 국면에 가깝다. 대만 드론 생산규모는 2023년 약 28억대만달러에서 2024년 약 50억대만달러로 22억대만달러가량 증가했다.
수출도 늘고 있다. 대만 재정부 통계처 자료를 보면 무인기 수출액은 2025년 1~10월 약 5475만달러(약 804억원)로 2024년 연간(441만달러) 대비 11.4배로 늘었다. 폴란드(39.3%)가 최대 시장으로 나타났고, 체코(32.7%), 미국(15.9%)이 뒤를 이었다.
대만의 드론 산업계에서는 “내수 조달 기반의 양산 확대가 현실화되어야 한다”며 “정치적 교착 해소와 함께 생산·부품 조달 역량을 동시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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