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가장 먼저 망가진다…철분 처방 받아야
“얼어 죽어도 아이스.” 겨울에도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 한국인의 커피 취향을 압축한 말이다. 컵에 남은 얼음을 끝까지 씹어 먹는 습관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취향을 넘어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점심시간이 지나자 테이블마다 아이스 커피 컵이 놓였다. 직장인 김모(35) 씨는 커피를 다 마신 뒤에도 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얼음 씹는 소리가 좋고, 괜히 입이 개운해져서요.” 그는 습관이라고 말했지만, 주변 동료들은 “치아 괜찮냐”며 웃어 넘겼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혈액내과 전문의 A씨는 “웃어넘길 습관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얼음이 당긴다면…‘빙섭취증’ 신호일 수도
컵에 남은 얼음을 끝까지 씹는 행동을 두고, 의료 현장에서는 “취향으로만 넘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특히 철분 결핍성 빈혈과 ‘빙섭취증’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통계가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일상적인 행동 속에 숨은 신체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내과 학술지 Journal of American Board of Family Medici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철분 결핍성 빈혈 환자 가운데 약 16%가 얼음을 강박적으로 씹는 ‘빙섭취증(pagophagia)’ 증상을 보였다. 단순히 “입이 심심해서” 혹은 “개운해서” 얼음을 씹는 수준을 넘어, 반복적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행동으로 나타난 경우다.
의료진이 주목한 대목은 치료 이후 변화다. 해당 연구에서는 철분 보충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 다수가 1~2주 안에 얼음을 찾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별도의 행동 교정이나 심리 치료 없이, 철분 수치가 회복되자 증상이 빠르게 소멸된 것이다.
이 결과는 얼음을 씹는 행동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몸이 결핍 상태를 드러내는 방식일 수 있다는 의료진 설명과 맞아떨어진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는 “얼음을 씹는 이유를 묻다 보면 검사 결과에서 빈혈이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기분 좋아지는 이유 있다”…도파민과 강박의 경계
얼음을 씹을 때 ‘묘하게 시원하고 기분이 풀린다’는 표현을 하는 이들도 많다. 의료진은 “얼음을 씹을 때 느끼는 개운함이 반복되면, 뇌가 그 행동을 스스로 강화하는 방향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뉴욕의 NYU Langone Health 소속 임상 전문가들은 얼음 씹기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기 진정 수단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얼음 섭취가 늘었다는 상담 사례도 적지 않다. 의료진은 이 행동이 무의식적인 자기 진정 방식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본다.
◆치아, 가장 먼저 망가진다
건강 문제를 떠나 가장 즉각적인 피해는 치아다. 얼음은 단단한 물질이다. 반복적으로 씹으면 미세 균열이 생기고, 이미 충치나 약해진 치아가 있다면 금이 크게 번질 위험이 높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치의학 대학 치과 전문의들은 얼음 씹기가 턱관절(측두하악관절)에 과도한 압력을 가해 통증이나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치과 진료 현장에선 “얼음 씹는 습관 때문에 금이 간 치아를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가끔은 괜찮다”…문제는 ‘통제 불능’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가끔 컵에 남은 얼음을 씹는 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참기 어려울 정도로, 의식적으로 찾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혈액검사로 철분 결핍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보충 치료를 받는다. 심리적 요인이 의심되면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습관의 고리를 끊는 접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씨는 “빈혈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얼음부터 줄여봐야겠다”고 말했다. 얼음은 물일 뿐이지만, 그걸 굳이 씹고 싶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시원함은 잠깐이지만, 그 이유를 지나치면 몸은 더 오래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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