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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감동 없는 합당, 대의 없는 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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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전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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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장동혁, 협치 노력 대신
독주 행보로 당내 결속 노려
반대의 논리 듣고 책임 나누는
DJP의 ‘설득의 기술’ 필요한 때

정치는 원래 느리고 성가시다. 이해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앉혀 반대의 논리를 듣고, 설득하고, 절차를 밟아 마지막에 책임을 나눠야 한다. 그래서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 불린다. 정당정치가 흔들리는 징후도 이 부분에서 뚜렷해진다. 내용과 절차로 풀어야 할 갈등을 ‘형식의 강도’가 대신하기 시작할 때다. 숙의와 협상, 표결과 책임의 언어는 작아지고, 전격 발표나 극단적 투쟁이 커진다. 더 위험한 대목은 이런 선택이 대개 리더의 당내 기반이 단단하지 않을 때 나온다는 점이다. 내부를 설득해 끌고 갈 힘이 부족하니, 밖을 향해 더 크게 흔들어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한 방식이 그렇다. 지방선거를 앞둔 통합은 산술이 아니라 정서의 동의가 승패를 가른다. 지지층이 왜 지금 함께여야 하는지 납득하고, 그래도 손잡자고 마음을 내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 정서적 동의가 결국 감동인데, 긴급 기자회견 한 번으로 감동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귀전 정치부장

당내 이견을 충분히 껴안고, 혁신당의 계산과 민주당 내부의 우려를 차근히 정리하는 과정이 먼저여야 한다. 하지만 합당 제안 발표가 먼저 던져지면서 감동은 뒷전으로 밀렸다. 왜 함께인지보다 누가 무엇을 가져가는지가 먼저 떠오르는 통합은 확장이 아니라 의심을 부른다.

정 대표의 리더십이 자기 정치로 읽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속도는 결단처럼 보이지만, 설득이 생략되면 결단은 독주로 바뀐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수록 더 큰 의제를 던져 국면을 장악하려는 유혹이 생긴다. 그 순간 대표는 당의 외연을 넓히기보다 당을 시험대에 올린다. 본인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지방선거에서 필요한 중도 확장과 지역 조직의 안정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은 반대편에서 같은 결핍을 드러낸다. 단식은 정치의 기술이 막혔을 때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역사에서 단식이 무게를 얻은 경우는 요구가 개인의 유불리를 넘어 공동체의 규칙을 겨눌 때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83년 23일간 단식은 구속 인사 석방과 복권, 정치활동 규제 해제, 해직자 복직과 복학, 언론 자유, 직선제 개헌과 반민주 악법 철폐라는 민주화 5개항을 내걸었다. 제도정치의 문이 닫힌 시대에 문을 다시 열자는 요구였기에 대의가 선명했다.

장 대표의 단식은 그만한 대의를 찾기 어렵다. 그는 통일교 의혹과 공천 헌금 의혹 관련 ‘쌍특검’을 내걸고 단식에 들어갔지만, 여당을 설득할 협상의 설계는 잘 보이지 않았다. 특검이든 법안이든 국회에서 표로, 협상으로, 여론으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단식이 먼저 등장하면 정치는 설득이 아닌 버티기로 변질된다. 더구나 단식의 출구가 여당과의 협상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문과 권유로 종료된 것은, 단식이 대의의 호소라기보다 당내 결집과 주도권 확인에 가까웠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여소야대 속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극단을 택한 것과, 소수 야당 대표가 단식을 택한 것은 결은 다르지만 정치를 통해 조정하고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접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장 대표가 윤석열과의 관계 정리를 미루는 태도까지 겹치면 명분은 더 흐려진다. 절연은 주저하면서 단식은 택하는 모순은, 대의보다 당내 입지를 우선한 선택처럼 비칠 수밖에 없다.

두 대표 모두 당내에서 입지가 약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 대표는 당내 공천 룰과 계파 이해가 맞물린 난제를 앞에 두고 있다. 장 대표 역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문제를 놓고 당이 갈라진 상태에서 대표 체제를 굳혀야 하는 처지다. 협상으로 성과를 내기보다 투쟁의 강도를 올려 결속을 다지는 길이 쉬워 보일수록 정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치사에는 설득으로 판을 바꾼 사례가 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DJP) 연합은 역할과 책임을 문서로 정리하며 서로의 불신을 줄였고, 정치적 약속을 공개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 지지층을 설득했다. 지금 필요한 것도 그 기술이다. 강한 형식은 잠깐의 주목만 끌 뿐 정치를 대신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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