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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베이징 하늘서 재현된 ‘해로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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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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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로운 새다.”

1955년, 농민들의 탄원서를 읽은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이 한마디는 중국 전역에서 참새를 절멸시키기 위한 ‘제사해(除四害) 운동’(유해생물인 쥐, 파리, 모기, 참새를 제거하는 운동)의 신호탄이었다. 인민들은 세숫대야와 징을 울리며 나는 새를 탈진시켜 잡아냈다. 넘치는 인력을 동원한 기괴한 ‘참새 대학살’은 성공하는 듯했지만 모기와 파리, 메뚜기 등 해충을 먹는 참새가 사라지자 ‘사해’ 중 하나인 모기가 창궐했고 메뚜기 떼가 중국 전역을 뒤덮으며 농작물을 갉아먹는 등 생태계 교란을 낳았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기술력을 자랑하는 베이징의 하늘에서 그때의 참새 소탕 작전을 연상케 하는 획일적이고 강력한 통제가 재현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달부터 드론 실명 등록 의무와 실시간 동선 추적을 골자로 한 규제를 발효하며 전국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선양에서는 비행 허가 없이 제한 고도를 넘겨 드론을 띄운 사람이 행정구류 10일 처분을 받았고, 항저우에서는 과거 비행 기록까지 소급 추적당해 경찰 조사를 받는 사례가 잇따랐다.

통제의 정점은 수도 베이징이다.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베이징 전역을 통제 공역으로 지정하면서 행정구역 내 드론 반입과 판매, 임대가 전면 금지됐다. 왕푸징 등 베이징 도심의 DJI 매장은 이미 진열대를 비웠으며, 베이징 외곽 휴양지 구베이수이전의 야간 하이라이트였던 수백 대의 드론 쇼도 당국 지침에 따라 자취를 감췄다. 자국 기업이 세계 상용 드론 시장의 70∼80%를 장악하며 고부가가치 신산업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수도 베이징에서는 드론이 더 이상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한 물건이 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1950년대 제사해 운동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광기 어린 사상운동이었던 그때와 달리 최근 국제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고려하면 중국 당국의 이 같은 과민반응이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등에서 드러난 현대전의 양상을 보면 드론은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내는 가장 위협적인 ‘가성비 무기’로 자리 잡았다. 수백달러짜리 민간 상용 드론에 수류탄을 매달아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첨단 전차를 무력화하는 모습이 일상화됐고, 자폭 드론은 정밀 유도 미사일 못지않은 치명적인 방공망 교란 능력을 입증했다. 레이더망을 우회해 낮게 날아오는 소형 무인기 한 대가 언제든 국가 핵심 시설이나 수뇌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현실은 중국에서도 큰 안보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술적 진보에 따른 안보 위험을 행정적 금지령과 원천 차단으로만 다스리려는 접근법은 과거 참새를 잡기 위해 온 동네 주민이 냄비를 두드리던 시절 단선적 사고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드론 비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안보 위험은 정교한 신호 관제 시스템 구축과 구역별 가이드라인 제정 같은 제도적 고도화로 해결해야 할 영역이다. 참새가 사라진 들판을 메운 메뚜기 떼처럼, 과도한 보안 통제가 가져올 경제적 기회비용에 대한 청구서는 중국 당국에 고스란히 돌아오게 된다. 베이징 하늘에서 드론을 ‘해로운 새’로 취급하며 밀어내기에 급급한 당국은 과거 대기근이 남긴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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