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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향찰(鄕察) 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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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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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전남 신안군 한 섬에서 이른바 ‘염전 노예’로 일하던 지적 장애인이 탈출한 뒤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감금,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관이 취한 행동은 구출이 아닌 ‘밀고’였다. 경찰은 염전 주인을 파출소로 부른 뒤 “운동하고 오겠다”며 일부러 자리를 비워 가해자가 피해자와 독대하게 방치했다. 결국 피해자는 다시 지옥 같은 염전으로 끌려갔다. 훗날 피해자들을 구출한 건 소금 구매상으로 위장해 잠입 수사를 펼친 서울의 한 경찰서 실종수사팀이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아버지는 경력 대부분을 전남·광주 관내에서 근무한 18년 차 현직 경찰(경감)이다. 아들 사건을 수사한 광산경찰서 지구대에서 한때 근무했다. 성폭행 목적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물을 은폐하고 수사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구속된 수사팀장도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근무했다. 한 수사팀원은 장씨 아버지를 “선배님”으로 부르며 수사 상황을 알려줬다. 한 다리만 건너면 지연과 혈연, 학연, 근무 인연으로 얽히는 전형적인 ‘향찰(鄕察)’이다. 지역 경찰의 고질적 폐쇄성이 토착 비리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검찰은 평검사는 2년, 차·부장검사는 1년마다 인사를 낸다. 국세청도 같은 보직이나 세무서에서 장기 근무할 수 없게 2년 순환인사를 원칙으로 한다. 다른 권력 기관들과 비교하면 경찰은 광역 지역 간 순환보직이 제한적이다. 총경급만 같은 시·도경찰청에서 3년 이상 계속 근무할 수 없게 돼 있을 뿐이다. 총경 아래 경정부터는 강제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최근 10년간 경감이 다른 시·도경찰청으로 발령 난 비율은 평균 6.5%, 경위는 3.2%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정부가 어제 ‘경찰 수사 내부비리 근절 및 민주적 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찰관 가족이 연루된 사건을 다른 경찰관서가 맡는 상피제 도입, 연고지 근무로 인한 유착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순환인사제 전면 도입, 국가경찰위원회 산하에 독립 조사기구 설치 등이 포함됐다. 사후약방문식의 내용이 담겼지만, 과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니 대부분 국민이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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