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아닌 협력 관계로 봐야
실험·실습 등 체험 중심 교육은
교사가 주도하는 협업 바람직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낯선 기술이 아니다. 때때로 틀린 답을 내놓지만 그 놀라운 능력에는 감탄하게 된다. 필요한 정보를 신속히 찾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해 업무까지 돕고 있다. 부작용도 있지만 AI는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하고 업무 효율도 높였다. AI가 세상을 빠르게 바꾸는 지금, 우리는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은 AI 시대에 맞는 교육을 받고 있는가·
AI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학생 수준에 맞춘 학습을 제공하고, 빈부와 지역 격차를 줄이며, 재능을 객관적·과학적으로 찾아 진로 결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학에서도 기초·이론 과목 강의와 텀 프로젝트 등에 적극 활용하면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교사나 교수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AI와 교사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빈 곳을 메우는 협력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제 두 교육 주체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최적의 교육을 만드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이유를 나는 50여년 전 초등학교 교실에서 경험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1973년 무더운 여름날, 주번이 다소 찌그러진 누런 알루미늄 주전자에 지하수를 떠 왔다. 선생님은 주전자 표면에 물방울이 맺힌 이유를 물었다. 나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주전자 표면에 달라붙어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결로(結露) 현상이다. 선생님은 칭찬해 주셨고, 그날 우리는 교과서를 벗어나 주전자와 물방울을 보며 대화를 통해 과학을 배웠다. 만약 이 과정이 화면 속 AI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면 그 경험과 깨달음은 지금까지 기억되지 않았을 것이다.
뇌인지과학은 지능이 몸을 움직이며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발달한다고 말한다. 찬물이 담긴 주전자를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은 학생의 인지 발달을 이끌고, 선생님의 따뜻한 눈길과 칭찬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배움의 감동과 성취감을 남긴다.
AI는 개념 설명과 맞춤형 학습, 반복 학습에는 탁월하지만, 실험·실습·토론·프로젝트와 같은 체험 중심 교육은 교사와의 협력을 통해 완성된다. AI는 가르치는 효율을 높이고, 교사는 배움의 깊이를 만든다. AI로 학습한 개념은 학생이 직접 실험하고 토론하며 발표하는 과정을 거칠 때 자신의 지식으로 내재화된다. 텍스트와 코드, 논리는 AI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손으로 만지고 실패를 반복하며 얻는 암묵지는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AI 시대일수록 강의실보다 실험실이, 암기보다 프로젝트가, 정답보다 질문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실험·실습에도 AI를 적극 활용하되 교육은 교사가 주도하고 AI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AI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하는 학생은 더 크게 성장하겠지만, AI에만 의존하는 학생은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수업은 AI와 교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AI는 학생 수준에 맞는 개별 학습과 피드백을 담당하고, 교사는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다양한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어야 한다. AI 학습 이후에는 교사가 학생들이 AI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들의 이해도를 퀴즈와 발표, 실험 등을 통해 확인하고, AI의 학습 분석 결과를 활용해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저학년일수록 AI 활용 교육과 자기주도학습 습관을 함께 길러 주어야 한다.
AI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있지만 AI는 분명 문명의 이기(利器)다. 그 능력은 교육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AI 도입 여부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교사가 서로의 강점을 살려 최고의 교육 효과를 만드는 일이다. AI를 교육에 올바르게 활용해 미래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진다. AI는 교사를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역량을 확장하는 최고의 교육 파트너다. AI와 교사가 서로의 빈 곳을 메우는 교육, 그것이 AI 시대의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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