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훈이 지키지 못한 약속·조현철이 무대에서 전한 용기
배우에게 작품의 성공과 수상은 오랜 노력을 인정받는 기쁜 순간이다. 힘든 시절을 지나 이름을 알린 음문석, 최대훈, 조현철은 그 기쁨을 오래 함께 나누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고마움과 그리움을 드러냈다.
◆ “죽어도 여한 없다”…음문석 신인상에 안도한 아버지
음문석의 아버지는 폐암 투병 중에도 아들의 신인상 수상 현장을 지켰다.
음문석은 2021년 2월2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2019년 SBS 연기대상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데뷔 14년 만에 드라마 ‘열혈사제’로 남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평소 한자리에 5분 이상 머물기 어려웠던 아버지는 아들이 상을 받는 모습을 보기 위해 4시간3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음문석은 시상식이 끝난 뒤 큰누나에게서 아버지가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음문석은 지난 8월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 퀴즈’)에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함께한 시간도 떠올렸다. 그는 ‘열혈사제’ 출연료로 가족과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2022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년 가족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음문석은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며 자신이 어머니와 누나를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꿈에서 만난 아버지가 떠나려 하자 가지 말라고 붙잡았던 일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아버지가 지금의 저를 보시면 든든해하실 것 같다”며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12년만 기다려, 차 사드릴게”…약속 지키지 못한 최대훈의 눈물
최대훈은 오랜 무명 생활을 뒷바라지해 준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4월23일 방송된 ‘유 퀴즈’에서 서른다섯 살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고 밝혔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당시 아버지에게 “12년만 기다려요. 차도 사드리고 다 해드릴게요”라고 약속했지만 끝내 지키지 못했다.
최대훈의 아버지는 뇌경색과 뇌출혈로 쓰러진 뒤 11년간 투병했다. 최대훈은 아버지의 이상 증세를 제때 알아차리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자책했다. 대소변을 받아내며 아버지를 간병했던 그는 “너무 힘들어서 먼저 가신 할머니에게 ‘아빠 데려가면 안 돼요?’라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2022년 세상을 떠났다. 방역 조치로 임종을 지키지 못한 채 곧바로 화장장으로 향했던 최대훈은 “가시는 길이 너무 초라해 불쌍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대훈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부상길의 빨간 남방 차림과 노역 분장을 한 자신의 모습이 생전 아버지와 닮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성기를 맞은 자신의 모습을 아버지가 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아버지가 계셨다면 어깨동무하고 꽃길만 걸어도 좋아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아버지라고 큰소리로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 “아빠 무서워하지 마”…죽음 앞둔 아버지에게 용기 건넨 조현철
조현철은 2022년 5월6일 열린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D.P.’로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받은 뒤 투병 중이던 아버지 고(故) 조중래 명지대 명예교수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아빠가 눈을 조금만 돌리면 마당 창밖으로 빨간 꽃이 보이잖아. 그거 할머니야. 할머니가 거기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음을 ‘존재 양식의 변화’라고 표현하며 “아빠 무서워하지 말고 마지막 시간 아름답게 잘 보냈으면 좋겠어. 편안하게 잘 자고 있으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조현철이 무대에서 아버지를 향한 마음을 전한 지 16일 만인 같은 달 22일 조 명예교수는 세상을 떠났다. 조현철은 이듬해 10월 영화 ‘너와 나’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시 아버지의 통증이 가장 심한 시기였다며 “조금이라도 아빠를 안도시키고 싶었다”고 수상소감에 담긴 마음을 설명했다.
조현철은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보며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그의 몸을, 저 통증을 나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저 사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라며 직접 겪지 않은 타인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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