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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농지가 묻는다, 현실을 아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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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논란, 공감대 형성 없이 실행한 결과
농지 국가 매입 확대와 임대 정책만으론 한계

이재명 대통령이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 관리 정상화 의지를 밝히자,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처분 명령 실행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였다. 본격적 농지 전수조사 이후 농민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여당은 9월21일, 투기 목적이 아닌 상속·고령 농업인의 농지법 위반은 일괄 처분하지 않기로 하는 등 보완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농지 전수조사 논란은 복잡한 농지문제 현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속도와 성과 위주의 행정이 강조되면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노력을 충분히 실행하지 못한 결과다. 농지는 중요 농업생산수단이자 식량안보의 근간이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최근 정부는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친환경농업 직불금 단가를 인상하고, 친환경농업 실태조사 및 관리 강화 정책을 추진하였다. 실태조사 강화로 인해 8년 자경 양도소득세 감면을 원하는 일부 농지 임대자들이 친환경 농가와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고, 자경을 시도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정책 지원 확대가 해당 농가를 어렵게 하는 현상이 농지 전수조사에서처럼 유사하게 발생했다. 거주 중심의 주택 질서 확립 차원의 비거주 주택 중과세 정책이 전월세 시장을 교란해 집도 없는 가난한 전월세 가구의 어려움을 가중하는 것과 유사하다.

현재 농지의 약 절반을 비농업인이 소유하고 있고, 농업인 소유 농지의 약 88%는 60세 이상 고령농업인이 소유한다. 고령농업인은 농지 처분을 통해 은퇴 후 삶을 보장받고자 한다. 대부분의 농지 소유자들이 농지 가격 상승을 바라는 현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채광석 박사의 분석에 의하면, 한국 농지 PER(농지 가격/농업소득)이 전국 평균 37.4배, 경기도 134.3배이다. 유럽 평균 13.3배와 큰 차이를 보인다.

농지를 농업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이 비경제적인 행동인 것으로 여겨진다. 젊은 농업인에게 엄청난 농지 구입자금을 저리융자로 지원해도 농업인이 37년간 농업소득을 농지 구입자금 상환에 투입해야 하는 실정에선 농업소득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 농지 매입 수요는 자산 증식 수단으로 농지를 구입하는 사람에게서 생겨나는 현실이다. 농지 전수조사 추진으로 이러한 농지 매입 수요가 사라져 농지 가격이 하락한다. 농지를 소유한 비농민도, 다수의 은퇴 준비 고령농업인도 불만이다.

농지 처분 명령의 유연한 운영, 농지은행 임대 위탁 유도 등 다양한 농지 전수조사 보완대책을 통해 전수조사상의 혼란과 불만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 확대 속에서 우리 농업 기반, 농지 보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고령농업인은 은퇴가 힘들고 젊은 농업인은 진입이 힘든 현실, 비농업인 농지 소유 비중 증대 전망, 인력 부족과 농지 유휴화 확대 속에서 미래 농업 모습과 농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농지의 국가 매입 확대와 임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지보전 원칙과 규제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고령농 은퇴 전략을 구체화하고,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여 농지 임차권을 안정화해,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농지 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한 공감대 속에서 전수조사 논란도 사라지고, 농지 보전 정책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커진다. 농지는 생산요소이자 농업인의 자산으로 복잡한 이해관계를 지니며, 직불금, 세제 등과도 깊게 연계된다. 농지정책을 농업구조 개편 등과 연계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세대 전환과 생산성 제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 양도소득세 개편, 직불금 지급 목적과 대상 재정립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농지의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여 지역 중심 농지의 효율적 이용, 지역 단위 농지 총량 관리, 지역 차등 규제, 상시적 이용·실태 조사 등 농지 보전과 효율적 이용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제고가 중요하며, 농지위원회 및 농업회의소와 연계한 현장 농업인 중심 농지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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