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 인재·재난 원인 혼재
기후대응 재정격차 논의 빨라져
韓도 가뭄·홍수 반복… 재해 변화
중소유역·수원별 맞춤대책 필요
예산·제정권 가진 국회 역할해야
지난달 네팔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기후위기가 불러온 새로운 재난 양상을 보여줬다. 암반 붕괴로 시작된 거대한 홍수가 마을을 덮쳐 800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남겼다.
김경민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남극, 북극 빙하가 녹는 것만 기후위기로 생각하는데 산에 알알이 박힌 빙하도 중요한 대상”이라며 “정부는 기후위기에 따라 바뀐 환경 속에서 사람이 잘 생활하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까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재난 발생 자체를 줄일 수는 없지만, 손실을 줄이는 데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김 조사관을 지난 15일 국회도서관에서 만났다.
네팔 홍수가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 묻는 질문에 김 조사관은 하나로 확답하지 못했다. 그는 “자연재해라고 보기도, 인재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국제산악개발센터는 암반 붕괴가 하류 홍수로 이어졌다고 설명하지만 이번 붕괴에 기후변화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규모는 자연현상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위험한 하천변에 주거지가 얼마나 있는지, 상류 위험정보가 하류에 잘 전달되는지, 주민이 실제 대피할 수 있는지가 피해 정도를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꾸준히 강조한 메시지는 “재난 발생을 막기는 어려워도 손실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였다. 자연현상으로 시작한 재난이 맞지만, 기후변화만으로 재난의 피해 정도를 다 설명하기는 어렵단 것이다. 네팔에 몇 년 앞서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빙하 붕괴가 있었지만 당시 피해가 작았던 일이 뒤늦게 주목받았다. 김 조사관은 “1992년, 2002년, 2012년 10년 간격으로 세 번 스위스 융프라우에 올랐다”며 “1992년엔 반팔에 반바지 차림으로 스키를 탈 만큼 눈이 많았는데 2012년에는 ‘눈이 다 어디 갔지’ 싶을 정도로 줄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과학계가 빙하 감소에는 주목했지만 재난으로 더 빨리 나타났을 뿐”이라고 짚었다. 김 조사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나라별 재정 격차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스위스 같은 선진국은 많은 대비 방안을 만들어뒀고 대비할 재정적 여력도 있다”며 “반면 네팔은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국 돈 문제임을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네팔 같은 빙하로 인한 홍수는 없더라도 물재해 양상이 바뀌고 있다. 여름철에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과거 몇 주에 걸쳐 내리던 비가 훨씬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김 조사관도 “전체 강수량보다 비가 내리는 패턴이 달라진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쏟아질 때는 홍수고, 쏟아지지 않을 땐 가뭄인데 둘은 결국 같은 물재해”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이런 변화를 감안해 국내 재난 대응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가 국지성으로 내리면서 평균 저수율이 회복되더라도 특정 댐은 여전히 가뭄을 겪을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낙동강 전체에 물이 많아도 특정 취수원에 의존하는 지역은 물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물 관리 지표는 대부분 시설 용량, 유역 평균 등 평균 지표이나 이제는 중소유역과 개별 수원별로 접근해야 한다”며 “물 관리 목표도 물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느냐에서 위기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피해 후 얼마나 빨리 회복했는지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응 체계에서 가장 시급히 바뀌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김 조사관은 업무 방식부터 개선을 바랐다. 그는 기후환경에너지부를 향해 “더 이상 환경부가 아니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됐다는 사실을 자각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조사관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은 만큼 수질과 오염원을 관리하는 규제부서에 머무르지 않고 수재해 대응을 중심에 두고 물관리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4대강 수계법은 수질 개선과 상수원 관리에 초점을 맞춘 특별법”이라며 “물재해 양상이 달라진 만큼 통합 물관리가 가능한 일반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에도 재해 대응과 예방에 더 집중할 역할을 입법부로서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감축뿐 아니라 이미 발생하고 앞으로 심화할 재난에 대비하는 적응도 중요한 만큼, 국회도 적응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예산을 미래 위험을 줄이는 사전투자에 더 배분해야 한다”며 국회도 재해 대응과 예방에 더 집중할 역할을 입법부로서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서 작동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예산과 제정권을 가진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며 “자연현상을 막을 수는 없어도 피해가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수는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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