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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수출 1조달러 잔치, 청년·지방은 초대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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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지방 간 경제 격차 커지고 내수는 침체
생성형 AI 등장 이후 청년 고용률 감소 뒤따라

한국이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 1조달러 수출국이 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누적 수출은 9300억달러로 1년 전보다 60.6% 늘었고, 이달 중 1조달러 달성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기록의 절반은 반도체가 만들었다. 수출 중 반도체 비중은 지난해 10월 26%에서 1년 만에 49%로 두 배가 됐고, 10월 수출 증가액의 73%가 반도체였다. 이런 반도체 쏠림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첫째, 반도체 특수 이후의 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 지금은 실적이 좋으니 인재와 자본이 반도체로 몰린다. 정부도 내년 반도체·AI 3대 사업 예산을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하지만 세계 국채 금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고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AI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행은 AI 투자가 둔화하면 내년 반도체 수출이 최대 1000억달러 줄고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낮아진다고 추정했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전에 다른 먹거리 산업을 키우지 않으면 미래 성장이 위험하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둘째, 수도권과 지방 간 경제적 격차가 커지는 가운데 내수는 침체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이 몰린 경기도 일부 지역은 10월 넷째 주 아파트값이 한 주에 0.5% 넘게 올랐지만 지방의 아파트값은 제자리였다. 또한 반도체 이익이 성과급으로 배분된 지역이 아닌 지방 상권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주가 상승이든, 성과급이든 반도체 이익이 집중된 이들은 고소득층이라 늘어난 소득 중 소비하는 비율도 낮다. 결국 반도체 수출 호조로 3분기 경제는 1.0% 성장했지만 민간소비는 0.2% 줄었다.

셋째,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는 장비가 사람을 대신하는 산업이라 일자리를 적게 만든다. 한국은행도 고용 창출력이 낮은 반도체 등 IT 제조업이 생산을 주도해 경제성장이 상용직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담이 청년층에 집중된다고 진단했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청년 고용률은 2.8%포인트 떨어졌다. 신입 채용을 줄이면 기존 세대가 은퇴한 뒤 이를 이을 후속 세대가 사라진다.

지금의 반도체 특수가 한여름 밤의 꿈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

우선 반도체 특수 이후에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전환(AX)에 정책 역량을 더 쏟아야 한다. 생산 공정과 경영에 AI를 접목하는 인공지능 전환은 같은 노동과 자본으로 더 많이 생산하는 능력, 즉 생산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어느 산업이 유망한지는 정부보다 더 잘 아는 기업과 금융회사의 선택에 맡기고, 정부는 그들이 고른 산업의 AX 투자를 규제 철폐와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방 경제의 활력을 높이고 내수를 부양할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균형 발전 계획이 지방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 교육·의료·주거여건을 함께 갖추어 가족 단위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또 지방에 공장을 유치할 경우에는 이런 가족 단위 정착 지원에 더해 보조금을 투자액이 아니라 지역 중소기업과의 거래 비율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반도체 이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둬 다른 계층과 지역, 산업으로 돌리는 재분배 정책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한 정부의 세심한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단기 실적으로 평가받는 전문 경영인이 스스로 청년 채용을 늘리기는 어려우므로 정부가 청년 고용 보조금으로 후속세대 양성 비용을 나눠야 한다. 15년째 국회에 묶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키는 것도 청년 고용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2023년 기준 서비스업은 전산업 대비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같은 돈으로 제조업의 두 배에 달하는 일자리를 만든다.

수출 1조달러는 자랑할 만한 성취다. 그러나 반도체 한 산업에 기댄 기록은 반도체가 꺾이는 순간 짐이 된다. 정부는 1조달러 자축에 앞서 반도체 호황의 온기가 다른 산업과 지방, 청년과 내수로 번지도록 막힌 통로를 뚫는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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