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이주노동자·다문화 발언 구설
‘자칭 진보’ 與, 약자 겨냥에도 침묵
제도 보완 땐 근거 제시하는 노력을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일본 국민의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다.”
“생활보호비는 일본 국민을 위한 마지막 안전망(safety net)이라 외국인에게는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일본 극우 세력이 외국인 혐오를 조장할 때 쓰는 대표적 주장이다. 극우 세력은 배타주의, 외국인 배척을 앞세워 약진하고 있다. 우익대중주의 성향의 참정당(參政黨)은 중·참의원에서 각각 15석을 차지했다. 지난달 산케이신문·FNN 여론조사에선 지지율 4.3%로 제1야당을 제치고 야권 1위를 기록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나 기승을 부리던 극단적 주장의 세력이 이젠 제도권에서 존재감을 보여준다.
극우 세력은 교묘한 논리로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역사적으로 복잡한 배경을 가진 현상을 단순화함으로써 혐오를 증폭한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25년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91만명에서 257만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전국가중평균)도 798엔에서 1121엔으로 45% 가까이 올랐다. 외국인 유입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중소 업주는 임금을 올려도 내국인이 오지 않아 외국인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일본의 생활보호 대상자 중 3분의 1이 외국인이라고 인터넷에서 활개 치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후생노동성 통계(2023)에 의하면 전체 생활보호 대상 가구 중 세대주가 외국 국적인 경우는 2.87%(4만7317세대)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1억2300만명) 중 등록외국인(475만명, 지난해 9월) 비율(4.2%)보다 오히려 낮다. 태평양전쟁 종전부터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 대만인 등과 그 후손을 뜻하는 특별영주자에 대한 생활보호 지원도 재검토 대상이라니 복잡한 과거사 문제도 무시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주노동자·다문화 관련 발언이 혐오 조장 논란을 일으켰다.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전부 다 송금해버리니까”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의 해외송금액은 35억5700만달러 규모(한국은행)로 국내총생산(GDP, 약 1조8723억달러)의 0.2%에 불과하다. 고작 이 정도가 빠져나간다고 경제에 큰 도움 안 된다고 할 수 있나. 이주노동자 덕분에 지탱이 가능한 기업·농가·소상공업의 상황과 경제규모 자체의 확대는 무시했다. 지역 거주민 대비 외국인 유입인구 상위 20개의 기초자치단체를 분석한 2023년 한국이민정책학보 논문은 ‘지역 내 외국인 유입은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규모 총량에 필연적 증가를 가져와 경제성장에 이바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대통령이 엑스(X)를 통해 강성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을 인용하며 ‘다문화 가족에 대한 우대·혜택 제도 폐지 검토’를 주장한 것도 우려된다. 논란이 확대되자 ‘이 제도를 이용한 다문화 산모는 2%에 불과하다’는 매체 보도를 다시 링크하면서 “국가 행정은 공정성이 핵심 가치이고 공정성은 양의 다과(多寡)와 무관하다. 소액, 소량이라고 불공정해도 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이 주장에도 어폐가 있다.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 제도 1순위에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층이, 2순위엔 다문화와 함께 5·18 유공자와 후손, 탈북민, 한부모 가족, 장애인 등이 있다.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돈 좀 번 5·18 유공자 후손이나 탈북민·장애인, 이혼한 재력가도 있을 수 있다. 굳이 다문화만 콕 짚어 지적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한 이유다.
국무회의 생중계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통령이 언행에 신중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세상이 다 알게 됐다. 이젠 우리 사회 최약자 그룹 중 하나인 이주노동자·다문화 대상 논란으로 냉혈한(冷血漢) 이미지마저 형성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에 일언반구 말이 없다. 진보를 자칭하는 진영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제도에 결함이 있으면 보완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구체적 근거나 데이터 제시 없이 최고 지도자가 나서 막연한 불안과 불만을 부추기면 혐오 확산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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