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예산·인사·감시 입김 세져
美 자국 우선주의 정책 바탕 속
관세율 등은 큰 틀 변화 없을 듯
핵 비확산 체제 지지하는 민주당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확대 등
한·미 ‘팩트시트’ 변수로 떠올라
트럼프, 북미대화 돌파구 삼을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상·하원을 내주면서 국정운영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견제로 정책을 뜻대로 휘두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관세와 대미투자, 북·미 대화 등 한국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의회 조사와 예산 압박은 물론이고 연방 판사와 행정부 고위직 인사 인준에도 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민자 문제나 환경, 복지 등 상당수 미국 내 정책과 관련해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으로서도 선거운동 기간 줄곧 ‘트럼프 심판론’을 외쳤던 만큼 표를 준 유권자들의 지지를 차기 대선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의회 권한을 활용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책 실행력이 상실돼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선거를 통해 공화당 내 자신의 정치적 입지까지 훼손돼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 추진을 자제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BBC는 “여당인 공화당이 의회에서 통제권을 잃는다는 것은 대통령의 국내 의제가 의회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어떤 법안이 올라가야 할지 결정하고 각 위원회 의장을 통제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관세나 대미투자 등 한국 경제와 직접적으로 얽힌 정책들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트럼프표 관세 대부분이 대통령의 권한을 기반으로 도입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의회가 위임된 권한을 제한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통해 언제든 법 개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해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경우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수차례 밝힌 적이 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시 립스키 국제경제부문 석좌도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열린 주최 세미나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향후 2년 동안 관세율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관세 부담이 완화되기를 기대한다면 아무리 빨라도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2029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도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자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 역시 관세정책에서 급격한 방향전환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 컨설팅사 FGS글로벌의 캐서린 랜섬 에너지·기후기술·천연자원 부문 공동대표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중대한 현안들에서는 현상 유지가 이어지는 반면 개별 법안이나 조금 더 작은 사안들에서 진전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자국 내에 제조업 생산시설을 적극 유치하는 리쇼어링을 기반으로 하는 대미투자 역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이 추진해 온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역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과 관련해 의회 내에서 견제하는 과정에서 대미투자 약속의 이행과 관련한 문제 제기, 추가 투자 요구 등이 불거질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안보 측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중심 의회의 셈법이 복잡하게 얽히며 변수가 지속적으로 돌출될 수 있다. 일단 민주당의 의회 영향력 확대는 안보 분야에서 한국의 협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조인트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확보와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명시했지만, 권력 지형이 뒤바뀐 미 의회가 이를 위한 협조에 나설지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전통적으로 핵군축과 군비통제, 국제 핵 비확산 체제 유지를 중시해 왔다는 점에서 협조보다는 제동에 무게가 더 실리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4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에 잠재적인 핵 능력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의 핵 비확산 노력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북미대화는 이번 중간선거 결과로 인해 오히려 추진력이 발생할 여지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통한 반전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최근 “북한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를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면 김 위원장이 이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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