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10월 암페타민 밀수 혐의로 수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자신이 한국에 입국한 2002년 이후 국내외 병원 진료기록과 처방전을 다량 제출했다. 이 진료기록 등에서 박씨는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시절부터 종종 미국으로 건너가 암페타민 성분이 든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 것”이란 박씨의 해명을 받아들여 입건유예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2002∼2010년까지 미국과 한국을 오가던 박씨가 미국 체류기간 중에는 미국 병원에서 암페타민을 처방받고, 국내 체류기간 중에는 한국 병원에서 합법적인 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것으로 돼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연습생과 가수로 활동하며 단기간 미국을 오갈 수밖에 없던 박씨가 한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놔두고 굳이 미국 체류기간 중에만 현지에서 암페타민을 구매해 먹다가, 다시 국내 귀국 후에는 한국에서 처방받은 다른 약을 먹었다는 해명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 평소 복용하던 약은 항상 들고다니며 먹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박씨가 암페타민을 미국 체류기간에만 처방받아 미국에서만 복용했다는 말은 박씨가 한국에서 불법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더구나 박씨의 소명 역시 의혹 투성이다. 박씨는 밀수 사실이 들통나자 “한국에서 처방받은 약은 구토 증상이 나서 먹을 수 없었다”며 “그래서 미국에서 처방받은 암페타민을 처음 들여온 것”이라고 검찰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말대로라면 2002년 이후부터 한국 병원에서 처방받아 8년간 멀쩡하게 먹던 지병 관련 약이 2010년쯤 ‘돌연’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박씨가 국내에서는 한국 처방약을 먹고, 미국에선 미국에서 처방받은 암페타민을 먹어서 죄가 안 된다”는 검찰의 해명은 속인주의를 채택하는 우리나라 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현행법상 우리 국적이 있는 이상 미국에서 암페타민을 먹는 경우에도 처벌해야하기 때문이다. 필로폰이나 대마초 등 다른 마약류를 미국 등 외국에서 피우거나 복용한 경우에도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암페타민 복용 역시 동일하게 처벌해야한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이제까지 마약사범 수사란 명목하에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의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미국의 병원에서 (박씨 대신) 처방받아 한국으로 보냈다”고 했는데, 이는 결국 박씨 어머니와 할머니 역시 암페타민 밀수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하지만 검찰은 “주범격인 박씨를 입건유예한 상황에서 어머니와 할머니를 처벌하는 건 관행상 부적절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고 있다. 검찰의 해명에도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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