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자정능력을 상실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특별감사관제 도입과 사무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이번 주 중 발의한다고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채용 비리와 근무 태만의 온상으로 전락한 마피아 패밀리 선관위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선관위 개혁을 위한 5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특별감사관 도입, 사무총장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와 함께 법관의 선관위원장 겸임 금지, 시도 선관위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지방선관위 상임위원 임명 자격의 외부 인사 확대가 포함됐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외부 감시의 사각지대가 생긴 선관위를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견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중앙선관위는 어제 고위직 자녀 경력 채용 문제와 복무 기강 해이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국회에서 선관위 통제 방안 논의가 진행된다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헌재 결정에 따라 선관위가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 등의 외부적 통제까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선관위의 이런 입장이 향후 국면전환에 대비한 시간벌기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선관위가 밝힌 외부인사 주도의 한시적 특별위원회 구성도 잠시 위기를 피하기 위한 면피용이 돼선 안 된다. 선관위가 ‘소쿠리 투표’, 고위간부 자녀 특혜채용 등 선거관리 부실·인사비리 논란이 벌어져 수차례 자체 쇄신방안을 내놨으나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더 이상 셀프 쇄신은 안 된다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어정쩡한 태도를 버리고 선관위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민주당은 제도개선 논의에 착수한다면서도 특별감사관 제도엔 난색이다. 되레 헌재 취지에 맞춘다며 선관위를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해 선관위 비리를 옹호하는 듯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
선관위 비리 문제가 확대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민주당이 선관위 쇄신에 미온적이라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선관위 개혁에 주저한다면 불법비리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비호한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개헌이 없더라도 선관위를 외부에서 감시하고 견제할 합헌적, 현실적 제도를 마련하는 데 여야 구분 없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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