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대오(單一隊伍). ‘의정갈등’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하나의 집단으로 똘똘 뭉쳐서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사직서를 낸 전공의와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은 ‘탕핑’(?平·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과 단일대오를 ‘필승카드’로 여겼다.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병원 진료가 쉽지 않아진 환자의 원성이 혼란을 불러온 정부를 향하면서 윤석열 정권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일대오에 대한 집착은 부작용을 낳았다. 이탈자는 곧 변절자나 배신자 취급을 받았고, ‘감사한 의료진 명단’이라는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어졌다. 급기야 “복귀자는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일부 전공의 성명까지 나오자 하은진·강희경 등 서울대병원 교수 4명이 이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그러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단체대화방에서조차 하 교수 등을 향한 비난과 옹호로 시끄러웠다.
공고했던 의사집단의 행동에 지난달 균열이 생겼다. 정부가 수업 거부 의대생의 복귀 마감일을 지난달로 못 박자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중 40곳 의대생이 모두 등록한 것이다. 박단 전공의 대표가 “팔 한쪽 내놓을 각오”까지 운운하며 ‘단일대오’를 강조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균열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입장차에서 비롯됐다. 전공의는 국가고시를 통과해 ‘의사면허’를 가졌다. 사표를 쓴 후 여러 병·의원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벌이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의대생은 ‘무면허’ 대학생일 뿐이다.
교수들과도 입장이 달랐다. 일부 전공의는 병원에 남은 교수를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았지만 ‘내 환자’가 있는 의료진이 병원을 그만두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다른 입장도 살펴보자.
환자는 아우성이고 문도 닫을 수 없는 병원은 전공의 업무를 입원·당직 전담의, 교수진, 간호사 등에 분배했다. 그렇게 전공의 없는 1년을 지내며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만들어졌다. ‘빅5’ 병원의 한 교수가 “전공의, 인턴에게 시킬 일이 없어서 당황했다”고 말할 만큼 어느 정도 안정화했다. 소위 ‘인턴잡’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업무가 간호사들에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간호협회의 숙원이었던 ‘간호법’ 통과로 가능했다. 2023년 4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던 간호법은 의정 갈등 사태가 악화하며 의료 대란이 일자 이듬해 8월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의사 집단의 이기주의적 행태에 등을 돌린 여론이 힘을 실어준 덕분이었다.
이후 대한한의사협회의 ‘엑스레이 사용’과 ‘필수의료에 한의사 활용’, 대한약사회의 ‘성분명 처방’ 등 ‘제2의 간호법’을 꿈꾸는 보건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와 미래 의사(의대생)들에게 청천벽력으로 들릴 이슈들이다.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탕핑과 단일대오 전술로 자기들 주장만 고집한 결과가 이렇다.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부디 내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도 경청하고 바람직한 의료개혁 대안을 제시하면서 여론을 설득하고 정부와 조율하길 바란다. 이마저도 의사 사회를 갈라놓으려는 회유나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싶다. 의료개혁이 제대로 안 될 경우 그 피해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걱정에서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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