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일어난 경북 울진·삼척 산불은 산림 2만여㏊가 훼손돼 역대 3번째로 큰 피해를 냈다. 이후 울진군은 대규모 피해 재발을 막으려고 벌채와 조림 위주의 산림 복구작업에 들어갔으나 현재 벌채율은 34%, 조림률은 25%에 각각 그친 실정이다. 무엇보다 사유지 농민의 동의를 얻기 쉽지 않은 탓이다. 울진군 측은 불에 강한 활엽수를 더 심으려 했으나 농민은 지역 특산물인 송이버섯 채취를 위해 소나무를 고집한다는 전언이다. 화재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소나무이지만, 송이는 그 잔뿌리에 기생한다.
최근 경북 5개 시·군을 휩쓴 역대 최악의 산불로 국내 송이 채취량의 30%가량 차지하는 영덕도 큰 화를 입었다. 더욱이 송이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사회재난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명시된 공식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농가 시름은 깊어졌다.
송이는 진한 솔향에 육질은 쫄깃해 대대로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온도와 습도, 토양 등 생장 조건이 까다로워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성덕왕 3년(704년)에 왕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 원년 명나라에 조공했다. 송이라면 환장하는 일본 탓에 1990년대 말까지는 수출만 됐지 국내 판매는 허용이 안 됐다. 이제는 중국산 수입으로 흔해졌지만, 국산은 여전히 ‘금송이’다. 국내에서 가장 고가에 팔리는 양양 송이는 작년 9월 1등품이 1㎏에 16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다시 썼다. 최근 여름이면 기승을 부리는 이상 고온 탓에 채취량이 줄면서 거의 매해 최고가 행진이다. 올해는 주산지인 영덕에 산불 피해까지 났으니 애호가조차 지갑이 든든하지 않으면 군침만 흘려야 할 형편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보통 산불 피해지의 송이균 포자 회복에는 30년, 흙 속 관련 미생물 복구에는 100년이 각각 걸린다. 다만 국립산림과학원이 송이균에 감염된 소나무 묘목들로 강원 고성의 산불 피해지에 숲을 조성한 결과 1997년 화재 발생 후 16년 만인 2003년부터 송이가 다시 발견됐다고 한다. 1970년대부터 연구해온 끝에 송이 인공재배의 실마리를 마련한 쾌거다. 식도락가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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