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공포의 대상이다. ‘칼에 베이는 듯한 통증’에 시달리는데 언제 발병할지 알 수 없다. 최선의 예방법은 백신 접종뿐이다. 예방접종은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절반 이상으로 낮출 수 있고 접종 후 대상포진에 걸린다고 해도 가볍게 넘어가거나 신경통 발생을 60% 가량 떨어뜨린다. 그래서일까.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보편화 되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효과가 입증됐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발병 확률을 20%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체 면역력을 전반적으로 높여 치매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스칼 겔드세처(Pascal Geldsetzer)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 연구진은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머크(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7년 이내 치매 발병률이 미접종자보다 20% 낮았다”고 발표했다.
대상포진은 통증을 동반한 발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가 원인이다. 어린 시절 수두에 걸린 후 바이러스가 신경 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거나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재활성화돼 대상포진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2013년 시행된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으로 백신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요인들을 배제하고 조사할 수 있는 ‘자연 임상실험’ 환경이 형성된 점에 주목했다.
2013년 9월 1일 시작된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은 당시 79세인 사람은 누구나 1년간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78세는 다음 해부터 1년간 접종 자격이 주어졌지만 80세가 된 사람은 접종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다른 요인들은 모두 같으면서 태어난 시기만 몇주 다른 28만2541명이 참가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상황이 만들어졌고, 이를 통해 백신 접종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에는 바이러스 독성을 약화한 약독화 생백신이 사용됐다.
백신 접종 후 7년간 접종 그룹과 비접종 그룹의 건강을 비교한 결과 접종 그룹의 대상포진 발생률이 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까지 86세와 87세 노인 8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고,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자들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20%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대상포진은 피부에 발진이나 물집과 함께 통증이 동반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대상포진은 60대 이상의 고령자에게 흔히 발병하지만 과로, 스트레스, 다른 질환 등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젊은 층에서도 발생이 잦다. 특히 요즘처럼 환절기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때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은 발열, 피로감, 통증 등이 동반돼 감기몸살로 오해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짧으면 2~3일, 길면 1주일 넘게 이어진다. 발진이나 물집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자각하기 쉽지 않다.
점차 붉은 발진과 물집이 신경 줄기를 따라 생겨 가려움과 통증이 동반된다. 환자들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살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 ‘전기가 찌릿찌릿 통하는 듯’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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