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개를 잡다가 밀물에 고립된 70대 중국인을 구조하다 숨진 인천해양경찰서 영흥파출소 소속 고 이재석(34) 경사의 순직 사건과 관련, 해양경찰청이 부실 초동 대처와 진실 은폐 의혹 등이 제기된 인천해양경찰서장(총경)과 영흥파출소장(경감), 영흥파출소 팀장(경위)을 어제 대기 발령했다. 이 경사 순직이 해경의 늑장 대응에 따른 인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책임 추궁은 마땅하다.
이 경사와 함께 당직 근무를 섰던 동료 4명은 그제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래 사고 현장) 출동은 2인 1조로 하게 돼 있다. (당직 팀장이) 비상벨 하나만 눌렀어도 모두 일어나 상황에 대응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정 위반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영흥파출소장으로부터 영웅을 만들어야 하니 유족과 언론, 다른 동료에게 팀 내부 사정과 사건 전말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도 했다. 해경의 허술한 구조 업무체계를 덮자고 영웅 만들기에 나서고 함구령까지 내렸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는 진상 조사를 통해 해경 내부의 책임 소재와 은폐 경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이 경사 동료들의 폭로가 있고 나서 이재명 대통령은 “해경이 아닌 외부의 독립적인 기관에 맡겨 엄정히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유가족과 동료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김용진 해경청장은 “대통령님의 말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시했다. 김 청장의 사의 표명으로 해경은 계엄 수사로 공석이 된 차장과 기획조정관을 포함해 주요 지휘부가 모두 공석인 상태가 됐다.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경은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전 국민이 목도하는 가운데 납득하기 힘든 무능과 무기력을 보였다. 가까운 연안에서, 그것도 풍랑이 거센 것도 아닌데 어린 생명들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만 구출해 논란을 불렀다. 이번에는 이 경사가 구명조끼를 벗어주며 고립된 중국인을 구조했음에도 정작 해경 대원의 꽃다운 목숨은 방치했다. 언제까지 국민적 공분을 살 일을 반복할 것인가. 그제 인천 서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열린 이 경사 영결식에서 유족들은 “죽을 아이가 아닌데…, 너무 억울하게 죽었잖아”라며 울부짖었다. 어처구니없는 이런 희생이 반복돼서는 안 될 일이다. 이 경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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