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전략작물 신청면적 절반 차지
쌀 구조적 공급과잉 해법으로 장려
관련예산 증가… 내년 72% 증액 편성
작년比 재배의향 면적 46.1% 증가
정부 유통·판로 등 수요대책 과제
제품·가공산업화로 소비 촉진나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논콩 생산량 확대에 발맞춰 국산 콩 수요를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쌀 수급안정과 식량안보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 논콩 재배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판로 지원 등 수요 확대 방안을 적극 추진해 수급 불안 우려를 덜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산 콩이 수입 콩보다 가격대가 높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큰 만큼 프리미엄 상품 영역을 개척하는 데 지원을 강화해 논콩 재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논콩 재배’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논 타작물 재배 사업 중 논콩은 핵심 작물로 꼽힌다. 논콩은 2023년부터 실시된 전략작물직불제에 밀, 가루쌀 등과 함께 선정됐다.
하계 전략작물 기준 올해 전략작물직불금 신청면적 6만㏊ 중 3만5000㏊가 논콩이었다. 전략작물은 수입 의존성이 높거나 논에서 밥상용 벼 재배를 대체할 수 있어 논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작물로, 품목별 단가에 따라 직접지불금이 지급된다. 쌀 대신 논콩이나 가루쌀을 심으면 1㏊당 200만원, 옥수수나 깨는 1㏊당 100만원을 주는 식이다. 이 제도는 단기간 시행됐던 ‘논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2011∼2013년)과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2018∼2020년)과 달리 공익직불법이란 법적 근거가 확실해 제도적 안정성도 갖췄다는 평가다. 실제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은 지난해 1865억원에서 올해 244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4196억원(정부안)으로 올해보다 72.0% 증액 편성됐다.
정부가 논에 콩과 같은 다른 작물 심기를 유도하는 배경엔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벼 재배면적은 2019년 73만㏊에서 지난해 69만8000㏊로 4.3% 줄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59.2㎏에서 55.8㎏으로 5.7% 감소했다.
올해 쌀 가격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20㎏당 6만원을 넘어선 배경에도 정부가 지난해 쌀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격리 물량(26만2000t)을 더 사들인 영향이 컸다. 쌀값 폭락을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쌀 이외 다른 곡물의 자급률이 낮은 점도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하는 배경이다. 2022년 기준 쌀 자급률은 104.8%를 기록했지만 밀(1.3%), 콩(28.6%)의 자급률은 낮아 주요 곡물의 국내 수급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한 전쟁 초기 세계식량가격지수 중 곡물가가 평년보다 47.4% 오르는 등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논에 다른 작물을 많이 심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벼 재배면적 조정과 전략작물 생산 촉진 정책은 정부 성향과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략작물 생산을 독려하는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이 발표됐고, 이재명정부 역시 지난달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68번 과제로 ‘국민 먹거리를 지키는 국가전략산업으로 농업 육성’을 선정하며 ‘강력한 타 작물 인센티브로 쌀 생산과잉 사전 방지, 불가피한 과잉 시 정부 매입’을 약속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논콩 재배면적은 늘고 있다. 논콩 재배면적은 2017년 633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만2438㏊까지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논콩 재배의향 면적이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등에 힘입어 전년보다 46.7% 증가한 3만29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논콩 생산 환경에 대한 정부 지원도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논 타 작물 재배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논콩 등을 심은 논이 침수 피해 농지로 등록된 경우 작물 생육 부진이나 경작 불능 상황이라도 직불금을 지급해주기로 약속했고, 2022년부터 시행한 논콩 재배의 배수 개선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정부, 논콩 유통·판로 확대 등 총력
전략작물직불제 시행으로 벼 재배면적이 줄고, 논콩 생산이 늘고 있는 추세지만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쌀 생산 조정 성격을 갖고 있는 전략작물직불제의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생산은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유통과 판로 등의 수요 대책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논콩 등 논 타 작물이 쌀처럼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의 문제를 겪지 않도록 논콩 재배 농가의 수익 확보를 위한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농활용직접지불교부금 등 우리와 비슷한 정책을 폈던 일본 역시 북해도 평가 결과보고서를 통해 “전략작물 품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했지만 생산 확대 이후 판로 확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콩 생산량 증가세는 가파르나 수요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도 논콩이 올해 수준으로 재배될 경우 2027년부터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 등 수급 불안이 우려된다.
농식품부는 이에 콩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수요 확대에 몰두하고 있다. 국산 콩 활용 제품의 개발 및 마케팅을 지원하는 제품화 패키지 사업은 내년 예산을 확대했고, 국산 콩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도 강화했다.
정부가 과다 생산량을 계속 수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생산자 판로 개발을 위한 지원 역시 이뤄지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신규 사업인 콩 가공산업화 지원 사업은 콩 생산기반과 연계된 가공시설을 지원해 지역 내 유통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까지는 생산한 콩을 선별해 가공업체에 팔기 전까지만 지원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콩은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로 최근의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므로 수요는 꾸준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은 국산 콩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아 수입 콩 의존도가 높았으나 국산 콩 공급 기반이 갖춰진 만큼 국산 콩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품질 관리, 가공 지원, 제품 개발 등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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