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음에도 지난해 1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자 입장료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에펠탑이 경영진의 오판과 직원들의 억대 연봉, 코로나19 피해 여파 등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랑스 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에펠탑은 지난해 850만 유로(약 141억원)의 손실을 봤다. 2031년까지 누적 적자는 3100만 유로(약 51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국 RMC의 진행자 파스칼 드 라 투르 뒤 팽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중 하나인데, 어떻게 적자를 낼 수 있나”라며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에펠탑의 대규모 적자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감사관들은 에펠탑 경영진의 오판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들었다. 에펠탑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SETE의 경영진들은 금속 부품 18만개와 볼트 250만개로 구성된 에펠탑의 보수·보강 비용을 과소평가했다. 2018년 개장 후 20번째로 이뤄진 에펠탑 재도장 작업에는 당초 예산 5000만 유로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억4200만 유로가 들었다. 북쪽 탑 엘리베이터 개보수 예산도 3200만 유로를 책정했으나, 실제로는 5830만 유로가 소요됐다.
억대 연봉과 과한 복지 혜택도 문제다. 에펠탑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직원 441명의 인건비는 2019년 2590만 유로에서 2024년 3230만 유로로 늘었다. 직원 평균 연봉은 7만2317유로(약 1억500만원)다. 자격이 없는 단순직 근로자도 보너스를 포함해 평균 4만9032유로(약 7200만원)를 받는다. 프랑스 감사원은 “근무 시간과 자격이 비슷한 의료·공항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에펠탑 운영기관의 공휴일 근무자는 일당의 3배를 받고, 공휴일에 쉬어도 일당의 2배를 보너스로 받는 등 프랑스 공공부문 중에서도 특히 복지가 관대한 수준이다.
코로나19도 직격탄이었다. 에펠탑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1억4900만유로의 입장료 수익을 손해봤고, 아직도 당시 재정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파리시의 부채가 93억 유로까지 늘어남에 따라 사회당 소속인 파리 시장 안 이달고도 에펠탑에서 최대한 수익을 짜내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SETE가 파리 시의회에 지불하는 라이센스비는 2019년 810만 유로에서 지난해 3870만 유로로 급증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에펠탑은 입장료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펠탑 방문객 규모를 더 키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SETE는 지난해 630만명이던 방문객 수를 2031년 740만명까지 증가시키는 계획을 마련했으나 파리 시민 사이에서 넘쳐나는 관광객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목표를 660만명으로 낮췄다.
결국 시 당국은 에펠탑 입장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에펠탑 입장료는 최상층까지 엘리베이터로 가는 성인 티켓 기준 36.10유로(약 6만원)다. 이미 파리 시의회는 티켓 요금을 지난해보다 약 18% 올렸으나, 적자 행진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파리 시의회는 “에펠탑 요금 체계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은 에펠탑 입장료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 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는 148층까지 올라가는 데 약 150달러(약 20만원),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망대 임장에 약 100달러가 드는 것을 고려하면 에펠탑 입장료도 추가 인상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