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후임으로 유력시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도 직접 참배하는 대신 공물료를 냈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시작되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이시바 시게루’ 명의로 ‘마사카키’라고 불리는 공물을 봉납했다.
이시바 총리는 취임 이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처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이나 공물 대금을 봉납해왔다.

야스쿠니 신사의 단골 참배객이었던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도 이번에는 공물료 봉납으로 대신했다.
NHK와 교도통신 등은 이날 다카이치 총재가 신사 참배를 보류할 의향이라며 “총리로 선출될 경우의 외교적 영향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해 총재 선거 때만 해도 “국책(國策·국가 정책)에 따라 숨진 이들에게 계속 경의를 표하고 싶다”며 참배를 계속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그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참배를 강행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현 자민당 간부진에 속한 후루야 게이지 선거대책위원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등 의원들은 이날 참배를 강행했다.
아리무라 총무회장은 참배 후 취재진에 “총재로부터는 ‘내 생각도 명심해 참배’라는 요청의 말을 들었고 총재의 마음을 맡아서 참배했다”고 말했다. 후루야 의원도 “다카이치 총재의 마음도 담아 참배했다”고 밝혔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그중 90%에 가까운 약 213만3000위는 태평양전쟁과 연관돼 있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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