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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검찰 흑역사에 추가된 ‘항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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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8 23:17:00 수정 : 2025-11-18 23:16:58
정재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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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수천억 추징 뒤로한 채
‘실익 없다’며 납득하기 힘든 결정
정치적 고려에 빠져 의무 팽개친
리더의 무능함 만천하에 드러내

스스로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나 발언에는 늘 변명이 산더미처럼 따라붙는다. 그렇게 늘어놓은 이유는 또 다른 불합리와 부당함을 쌓고 선량했던 속마음과 취지마저 산화되고 만다.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에 노만석 같은 리더는 너무 큰 불운이다.

정재영 사회부장

듣도 보도 못한 사고를 쳐놓고 명확한 설명 없이 ‘자연인이 되고 싶다’던 그는 가슴에 꽃을 달고 퇴임하면서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 처벌을 멈춰달라’고 했다. 동료·후배들이 반발한 이유를 알고도 모른 체한 걸까. 그를 검찰총장 대행에 둔 것은 이런 상황들을 예견한 것 아니겠냐는 억측마저 씁쓸하다.

대장동 일당들의 1심 판결이 나왔을 때, 지금 같은 혼란상을 예견한 사람이 있었을까.

항소를 포기하든, 윗선 지시에도 부득불 항소하든, 그 결정에 합당한 이유·절차가 있었다면 판단에 대한 논란이 있을지언정 검찰의 수사·공소유지 과정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의심하는 일을 초래하진 않았을 것 같다.

추징하려던 수천억원을 뒤로한 채 ‘항소 실익이 없었다’는 걸 누가 받아들일까. 대장동 일당 중에는 검찰의 항소 포기로 추징 대상에서 벗어난 재산을 바로 팔아치우려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수사에 협조한 피고인 1심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높게 나온 걸 항소 포기 이유로 꺼내든 건, ‘봐주기 구형’을 자인한 꼴이다.

어쩌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꺼내들었을까. 항소 포기는 당시 누가 봐도 답이 아니었기 때문 아닐까.

8일 0시까지 항소하지 않은 배경에 여러 억측이 나왔지만 그 이상한 결정의 과정도 가려져 여러 의심·의혹이 사실처럼 떠돈다.

항소 포기 당일(8일) 오전 수사·공소팀 만장일치 항소 의견과 달리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항소를 불허했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자 당사자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했다. 노 검사장은 9일 법무부 의견도 참고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법무부로 화살을 돌린 듯한 뉘앙스를 보였고, ‘동일 사건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무부가 개입한 것’이란 야권 비판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튿날 이 대통령과 관계없다고 못 박고 “대검으로부터 항소가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의사표현만 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도 정 장관 의견을 전달하면서도 항소 포기로 이어질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항소 포기가 ‘깜깜이’로 이뤄진 사실까지 더해지자 검사장들과 대검 연구관 등이 명확한 설명과 책임질 것을 촉구했고, 노 검사장이 12일 사의를 표하며 “용산·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해 따라야 했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실로 개입설은 번졌다.

야권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이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봉욱 민정수석 아래 이태형 민정비서관이 대장동·대북송금 사건 등 변호인 출신이고, 이장형 법무비서관과 전치영 공직기강비서관은 각각 대북송금과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인 출신인데, 이번 항소 포기에 간여했다는 것이다. 이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SBS 유튜브에서 ‘대통령실이 진짜 몰랐느냐’는 질문에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에게 다 물어봤다. 사전에 이걸 계획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야권 주장대로 이 대통령을 변호한 측근들이 이번 일을 기획했다면 희대의 공소권 압살 사건이겠지만, 대통령실도 ‘이 대통령은 항소 여부에 관심 가질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며 관련성을 일축했다.

이번 항소 포기에 불법·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는 수사로 확인되겠지만 “저쪽에서 지우려고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 많이 부대껴왔다. 조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변명을 후배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검찰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항변하나, 이번 사건은 정치적 고려에 빠져 본연 업무를 내팽개친 검찰 최대 흑역사일 뿐이다. 수사 지휘면 이의 제기하고, 의견 제시면 한 귀로 흘렸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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