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최근 초선 의원 워크숍에서 딴지일보를 ‘민심을 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제시했다고 한다. 딴지일보는 유튜버 김어준씨가 만든 친여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겸 온라인 신문이다. 건전한 공론장과는 거리가 먼 매체다. 국론 통합과 협치를 주도해야 할 집권 여당 대표가 이런 매체를 민심의 척도라고 하고, “딴지일보 커뮤니티에 10년 동안 1500번,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글을 썼다.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까지 했다. 정 대표는 대표 경선 과정에서 김씨 방송에 여러 차례 출연했다. 이렇게 생겨난 팬덤이 정 대표에겐 자산이 됐겠지만 한국 정치엔 정쟁의 불쏘시개가 됐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협치와는 담을 쌓은 듯한 행보로 일관해 정쟁을 키웠다. 한동안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야당 대표를 백안시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이 끝난 다음 날 국민의힘 해산을 거론해 모처럼 조성된 협치 무드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비판에도 사법부를 압박하는 법안들을 추진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도 무시해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굿캅·배드캅’ 전략을 쓰느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금 국회에선 밀어붙이는 거대 여당과 무력하게 목청만 높이는 소수 야당의 모습만 보인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딴지일보를 민심으로 간주하는 정 대표의 왜곡된 인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일보가 취임 이후 100여일 동안 정 대표의 회의 발언 등을 전수조사했더니 ‘국민’을 언급한 횟수가 684회로 가장 많았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치 않다. 계엄에 반대한 국민이 이재명정부를 만들어 냈다. 그런데 ‘딴지일보=민심’ 발언에 비춰보면 정 대표의 ‘국민’은 강성 지지층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딴지일보와 생각이 다른 다수 국민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지금 민주당의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선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과다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 대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17대 1에서 1대 1로 바꿔 평당원들의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정 대표는 “당원이 전면적으로 참여해 당의 후보를 공천하는 당원 주권 시대, 권리당원의 열린 공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당원 주권은 정당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비료가 될 수 있다. 그러려면 당 대표부터 강성 지지층에 포획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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