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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모펀드 외환은행 '먹튀' 논란… 론스타와 20년 악연 끊었다

입력 : 2025-11-19 06:00:00 수정 : 2025-11-19 09:59:58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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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 요건 등 논란 소지 있었지만
IMF로 경영난 겪는 외환은행 인수해
2007년 5.9조 매각시도 뜻대로 안 돼
ICSID에 韓 정부 손배 신청… 결국 무산

20년 넘게 이어온 우리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악연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당시 잘못 끼워진 첫 단추는 13년의 지난한 국제 소송전의 발단이 됐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줄곧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결국 외환은행의 2대 주주였던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우리 정부와 함께 매각을 추진했고, 인수자로 나선 곳이 론스타였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론스타의 인수 자격 여부였다. 당시 은행법은 비금융 부문의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산업자본(비금융 주력자)이 은행 주식을 10%(의결권 있는 주식은 4%) 이상 가질 수 없도록 규정했다. 론스타는 일본에 골프장과 예식장 등 산업자본 계열 회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2003년 외환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8% 밑으로 떨어져 부실이 예상되자, 은행법 시행령상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를 인정해 론스타의 인수를 승인했다. BIS 비율이 정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 론스타의 산업자본 판단에 앞서 예외 규정으로 인수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론스타의 산업자본 요건을 금융당국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고, BIS 비율이 고의로 낮게 보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5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관여했던 경제관료와 은행 경영진 20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론스타는 2007년 9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5조9000억원대에 팔려고 했지만, 정부 승인이 늦어지며 무산됐다. 결국 론스타는 2012년 보유지분 51.02%를 3조9157억원에 하나금융지주에 넘겼고, 같은 해 11월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는 우리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국내 법령에 규정된 심사 기간을 초과하도록 지연시키고,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인하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HSBC와 하려던 계약보다 더 싼 가격에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론스타' ISDS 취소 신청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오후 3시 22분경 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새벽 1시 22분경에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ISDS 취소위원회로부터 대한민국 승소 결정을 선고받았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우리 정부는 은행법에 규정된 매각승인 심사 기간(60일)이 권고 사항에 불과하고, 서류 보완 기간을 고려하면 기간을 초과한 게 아니라고 맞섰다. 또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 시간이 연기됐다고도 주장했다.

10년 가까운 심리가 진행된 끝에 ICSID는 지난 2022년 6월 중재 절차를 마쳤고, 같은 해 8월 우리 정부에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이는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 수준이었다. 론스타는 배상 금액이 충분하지 않다며 2023년 7월 판정 취소 신청을, 우리 정부도 판정부의 월권, 절차규칙 위반 등을 이유로 9월 판정 취소와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2년여간 숙고를 거친 ICSID는 이날 최종적으로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13년에 걸친 소송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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