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가족을 위협하지 마라.” 미국 영화 ‘분노의 질주 6’에서 주인공이 악당에게 하는 명대사다. 그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딸을 거론하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에게 발끈해 설전을 벌이는 진풍경은 이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김 실장은 딸의 전세 자금원(源),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 의혹 질문에 “딸이 저축한 게 있고 제가 빌려준 게 있다”, “갭 투자 아니다”라며 차분히 설명했다. 그러다 김 의원에게서 정부가 내년 임대주택 예산은 늘리고 청년을 위한 디딤돌·버팀목 전세자금은 삭감했다면서 “따님에게 임대주택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냐”는 말을 듣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흥분했다. “딸을 거명해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가족을 엮어 왜 그렇게 말하느냐”는 고성 항변이 이어졌다. 여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운영위원장의 6차례 제지 후 “여기가 정책실장이 화내는 곳인가”라는 질책을 듣고서야 항의를 멈췄다.
국민의 대표에게 벌컥 한 김 실장의 처신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근거도 없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가족 문제를 끌고 나온 것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사실 9월 관보에 게재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를 보면 궁금해하는 내용이 있다. 김 실장 딸은 아파트 전세권(3억원)이 있지 구입한 것이 아니라 애당초 갭 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김 실장의 사인 간 채권액과 딸의 사인 간 채무액이 1억3000만원으로 동일한 점을 보면 김 실장이 해당 금액을 빌려주는 형태로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이 주거 사다리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김 실장과 딸의 사례를 무리하게 엮으려다 사달이 난 것 같다. 차라리 채권채무계약의 존재, 이자 상환 여부 등을 묻는 게 나을 뻔했다.
유력 인사의 가족 문제가 정치 쟁점화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자녀의 병역 비리 의혹은 허위로 판명 났지만, 김건희씨처럼 사실로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다. 가족에 대한 문제 제기를 무조건 정치 공세로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 한국적 상황이다. 다만 문제 제기 시엔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가족을 거론할 땐 근거를 제시해 절제 있게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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