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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묶는 ‘BTS의 시대정신’ [이지영의 K컬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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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궁 발코니에 일곱 청년이 서 있고, 그 아래 소칼로 광장에는 보라색 인파가 가득하다. 5만명이다. 티켓도 없이, 공연장 안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그저 그들이 서 있는 도시에 있고 싶어서 모인 사람들이다. BTS를 잘 모르는 많은 한국인이 이 장면에서 멈췄다. 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멕시코 대통령은 국빈 의전 차량을 동원해 BTS를 대통령궁으로 초대했고, 독립기념일에나 열리는 발코니 인사를 BTS와 함께 군중에게 했다. 15만장의 티켓에 100만명이 몰렸고, 공연 경제 효과는 최대 1억7000만달러로 추산됐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추가 공연을 요청했다. 도시의 건물들은 보라색 조명으로 물들었고, 고속도로 가드레일에는 보라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멕시코시티는 그 3일 동안, 문자 그대로 다른 도시가 되었다.

이 열광을 팬심으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짧다. 라틴아메리카는 오랫동안 글로벌 팝 시장의 주변부였다. 그런 이들이 비주류에서 출발해 그래미 무대와 유엔 연단에 오른 존재인 BTS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애정을 넘어선다. 이는 어쩌면 같은 변방에서 출발한 존재와의 연대일지 모른다. 지리적 거리는 지구 반대편이지만, 정서적 거리는 이미 오래전에 좁혀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설명이 다 되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공동체의 구심이 흔들리고, 개인이 의미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BTS의 메시지는 그 공백 한 자락을 메운다. 우울과 혼란과 고통 속에서 그들의 음악에 기댔다는 고백은 세계 어디서나 나온다. 이 현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려면, 이들이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아니라 이 시대의 정신적 공백 한 자락을 메우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전 세계의 팬들이 BTS에게서 찾는 것은 음악이면서 동시에 음악이 아닌 무엇이다. 그것을 시대정신이라 부를 수 있다면, BTS는 지금 이 시대의 감정적 좌표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그 아티스트들의 나라인 한국에서는 지난 3월 광화문 공연 이후 온라인에서 광화문 공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셀 수 없을 만큼 터져 나왔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한국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놀라운 일이다. 그 놀라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습관적으로 깎아내리고 비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그래서 더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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