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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학벌·스펙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고?"

입력 : 2017-06-26 05:00:00 수정 : 2017-06-25 11: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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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공공부문에서 '블라인드 채용제'가 전면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공공부문부터 학력이나 출신지역 등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실력과 인성만 평가해 채용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도 학벌이나 스펙이 부족해 사회 첫 출발부터 공정하게 겨룰 기회를 얻지 못하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에 비춰볼 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대학 졸업 후 구직난을 겪는 청년층은 집안의 재산이나 부모의 배경 등 실력과 관계없는 요소로 쉽게 취업한 사례를 접하면서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을 느끼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채용과정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실적인 실행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기준으로 '실력'을 평가하고 선발할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또 학력이나 스펙은 지원자가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인데 이를 아예 반영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역차별'이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제도의 민간부문으로 확산 여부도 관심거리입니다. 자칫 처벌과 규제 위주가 될 경우 정부가 민간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반발을 부를 수 있습니다. 전공 등 최소한의 정보는 있어야 하며, 이마저도 없을 경우 기업들이 채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하반기부터 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시 학력 등 스펙을 요구하지 않도록 블라인드 채용제를 실시하고, 혁신도시 사업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30%이상 지역인재를 채용하도록 할당제를 운용하자고 제시해 취업준비생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채용시 응시원서에 학력란을 폐지했다. 또 직무와 관련 없는 신체조건 가족사항 등 개인정보도 원서에서 제외하고, 면접시험 위원들에게는 이러한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 중이다.

다만 각 부처가 주관하는 경력채용에서는 꼭 필요한 경력 외 다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인사처가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예규)'을 고치기로 했다. 경력채용이기에 경력입증을 위한 학위나 자격증, 경력사항 등 꼭 필요한 정보만 제출받겠다는 취지다.

◆채용과정의 공정한 경쟁 보장,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 환영 여론 많지만…

지방공무원 채용을 총괄하는 행자부도 필기 합격자를 대상으로 치러지는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력이나 스펙이 드러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부 추진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채용과 달리 공공기관 채용에서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 적용이 들쭉날쭉해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채용을 전담하는 실무자들이 고용노동부 등과 함께 논의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대를 보고 있다. 사진=이제원기자
일부에서는 민간 분야에서 직원 채용 시 활용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이 공공부문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국가가 체계화한 것으로, 2015년 12월 기준으로 총 847개 직업군에 관한 기준이 마련됐다.

◆특정지역 구직자 우대할 경우 역차별 논란일 수도

문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경우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이전지역에 소재하는 지방대·고교 졸업자나 예정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일정 비율을 할당하지는 않았다.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이 신규채용 인원의 35%이상을 지방대학 학생 또는 졸업생으로 채용하도록 노력하게 되어 있다. 이 역시 강제 규정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 지역인재 할당제에 대한 의지를 보였기에,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을 포함한 전체 공공기관들이 이행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제의 긍정적 취지에도 과도한 법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을 통해 특정 정보 제공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 채용할당제의 경우 능력과 관계없이 특정 지역 구직자를 우대할 경우 되레 지원자 간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비 지역인재 역차별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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