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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톡톡 플러스] 내집 시원하려고 설치한 에어컨…옆집은 실외기 때문에 운다

입력 : 2017-06-27 17:00:00 수정 : 2017-06-26 08: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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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5)씨는 "대도시가 부도심 등 소도시보다 2~3도 정도 더 더운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실외기도 한몫한다"며 "이는 도시 온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지금과 같은 냉·난방 정책은 악순환을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주부 이모(40)씨는 "안 그래도 여름이면 더운데 에어컨 실외기 때문에 더 덥다"며 "내가 시원하려면 남이 더워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박모(47)씨는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 등에 설치된 실외기에서 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소음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특히 일반주택이나 빌라가 밀집한 곳의 밤시간대 실외기 소음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돈 없어 에어컨 못 사는 것도 서러운데 남의 집 실외기 소리에 밤잠 설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본격적으로 에어컨을 가동하는 여름철을 맞아 실외기 소음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구도심 단독주택이나 빌라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건물 앞부분은 물론, 창문을 사이에 두고 외벽에 내걸린 실외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33㎡(구 10평) 안팎의 도시형생활주택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실외기 관련 민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로 인한 화재는 2015년 138건에서 지난해 222건으로 1.6배가 늘었다.

2015년 2억9599만원의 재산 피해와 3명 부상이던 피해 규모도 지난해 9억5255만원 재산손실에 사망 1명, 부상 10명으로 증가했다.

2013년 업소용 에어컨 실외기 소음으로 이웃 주민 일가족 3명에게 소음 피해를 준 사업주에게 1인당 103만원을 배상하라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온 사례도 있다.

◆습도 높은 장마철, 실외기 소음까지 더해져 밤잠 설치는 이들 늘어나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에어컨 실외기 소음과 열기로 인한 분쟁 사안에 대해 직접 현장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지상)에서 2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실외기 배기구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이나 보행자에 닿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외벽에 배기구 또는 배기장치를 설치할 경우 견고하게 연결하고, 부식을 방지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거나 도장 등의 조치를 취해야한다.

◆빗물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도 있어

2013년 4월30일 규칙 개정 이전에 설치된 실외기는 높이 기준에 맞추지 않고, 지면에 두더라도 바람이 위로 향하게 덮개를 설치하면 적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도심 상가들은 이런 규정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음식점이 몰려 있는 상가 주변에 LPG 통을 보관하거나 금연구역을 피해 담배를 피우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 실외기는 환기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열된다며 이럴 경우 전선이 녹아 합선이 되고 불꽃이 먼지에 옮겨붙어 불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음을 줄이려고 무조건 차단막·방음막을 설치하면 공기순환을 막아 과열될 수 있어 냉매와 내부 진동 패드를 점검하는 게 좋다.

아울러 장마철에는 물기와 습기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까지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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