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보다 면역 반응·스트레스, 태아 뇌 발달에 더 큰 변수일 수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뿐인데, 아이의 뇌 발달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가 전 세계 의료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임신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여성이 낳은 아이들은 만 3세까지 △언어 발달 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ASD) △행동 발달장애 등을 진단받을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단순 ‘감염의 문제’를 넘어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스트레스가 아이 세대의 신경 발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에 대한 경고로 읽힌다.
◆임신 중 코로나 감염 산모, 비감염 산모보다 아동 발달장애 위험 70%↑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Brigham and Women’s Hospital)의 앤드리아 에들로(Andrea Edlow) 박사 연구팀이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공식 학술지 ‘Obstetrics & Gynecology’에 30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2021년 5월 사이 이 병원에서 출산한 산모-신생아 1만8124쌍의 의료 데이터를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산모의 자녀 861명 중 16.3%(140명)이 3세 이전에 신경 발달장애 진단을 받았다.
반면 비감염 산모의 자녀 1만7263명 중 해당 진단을 받은 비율은 9.7%(1680명)에 그쳤다.
즉, 코로나 감염 산모 자녀의 발달장애 위험이 약 1.7배 높게 나타난 셈이다.
성별에 따라 차이도 있었다. 남아의 신경 발달장애 위험이 여아보다 43% 더 높게 나타났다.
임신 시기별로는 임신 후기(27~40주)에 감염된 산모의 자녀에서 위험이 가장 높았다(35% 증가).
◆단순 감염 아닌 ‘면역 활성화’ 영향일 가능성
연구팀은 이 결과가 단순히 바이러스 감염 때문만이 아닌 감염에 따른 산모의 면역 반응, 염증 반응이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모체 면역 활성화(Maternal Immune Activation, MIA)’는 이미 동물 실험에서 신경 발달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는 임신 중 감염이 단순히 산모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태아의 신경 발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자체보다 면역 반응, 염증, 환경적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감염 자체를 원인으로 단정짓기보다는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모 염증 반응이 태반을 통해 태아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은 산부인과 진료 현장에서 유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임신 후기 감염에서 위험이 높게 나타난 것은 태아의 뇌 발달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시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든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백신 접종과 감염 예방 관리는 여전히 중요하다.
이번 결과는 동물 실험에서 확인된 ‘모체 면역 활성화’가 실제 인간 아동에서도 관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다.
한 전문가는 “임신 중 염증이 시냅스 형성, 신경회로 연결, 신경세포 성숙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자폐스펙트럼이나 언어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임신부 관리, 감염 예방 넘어 ‘신경발달 지원’까지 확장해야”
언어 발달과 사회성은 유전만큼이나 초기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팬데믹 시기의 스트레스, 격리, 사회적 단절은 양육 환경을 변화시켜 아이의 발달 경로를 바꿀 수 있다.
감염 이력이 있는 아동은 2~3세 이전부터 정기적인 발달 검사를 받고 조기 개입을 받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 연구의 의의는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임신 중 감염 → 아동 발달’의 연관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이다.
팬데믹 당시 사회적 고립, 스트레스, 의료 접근성 저하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변수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임신부 관리 정책은 단순한 감염 차단을 넘어 심리적·환경적 지원을 포함하는 통합적 접근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코로나 세대 아이들, 언어·사회성 지연…교육·보육 대책 시급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남긴 ‘보이지 않는 후유증’을 조명한다.
감염 그 자체보다 임신부의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사회적 고립 △의료 접근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한 의료 이슈를 넘어 미래 세대 건강관리 전략의 방향을 제시한다.
코로나19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막 유아기에 들어섰다.
그들의 발달을 면밀히 관찰하고 지원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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