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곤충 튀김, 생쥐술, 곰팡이 치즈, 닭발 쌀국수 등 세상에 별별 특이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기, 하루에 매일 A4 용지 10장씩을 섭취한다는 여성이 등장해 화제다.
지난 9월 30일 영국 매체 더 선에 따르면 야즈 채프먼이라는 이름의 34세인 이 여성은, 4살 때부터 땀띠에 바르는 화장품 분말과 분필 등을 먹어왔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종이를 강박적으로 섭취했다.
그는 “사람들이 당이 떨어질 때 초콜릿을 먹듯이 나는 종이를 먹어서 만족감을 느낀다”라며 “무엇보다 아침에 집에 온 우편물을 뜯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30년 이상 음식이 아닌 것을 먹어온 채프먼. 그의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까?

채프먼은 “어릴 때는 철분과 칼슘 부족 문제가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다른 건강 문제가 없다. 소화 기관도 멀쩡하다”라면서 “과하게 종이를 먹는 것도 아니고 물을 많이 마셔서 충분한 수분 섭취로 소화가 잘 되도록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말 그의 몸은 괜찮은 걸까? 그는 대체 왜 이상한 음식들을 먹는 걸까?
채프먼 외에도 특이한 식성이 언론에 소개된 이들이 있다.
방안의 카펫이나 의자, 시멘트 가루를 먹는 영국의 4세 소녀.
10살 때부터 스펀지를 먹어왔다는 미국인 주부.
세제와 비누를 먹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는 미국 10대 소녀.
숟가락, 칫솔, 펜을 먹는 30대 인도 남성.

믿기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이식증’이라는 질병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식증’은 소화가 불가능하거나 영양소가 없는, 음식이 아닌 ‘비식품’을 먹는 질환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흙, 돌, 머리카락, 끈, 헝겊, 플라스틱, 금속 등을 삼킨다. 보통 만 1세에서 2세까지의 유아시기에 나타나며 정신지체가 심할수록 발병률이 높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환자들도 이식증이 잘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 섭식장애 저널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 중 14~36%, 지적장애 아동 중 25%가 이식증을 겪는다고 한다.

어린 시절 이식증을 겪은 일반인의 대부분은 점차 자라면서 행동이 줄고 6세 이전에 회복한다. 하지만 드물게 청소년기나 성인기까지 지속된다. 30년째 종이를 먹고 있는 채프먼이 이에 속한다.
이식증의 원인은 불분명하다. 다만 철분과 아연 등 영양소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 이 증상이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해당 영양소가 부족할 때 무의식적으로 음식이 아닌 것을 찾는 것이다. 또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채프먼이 먹는 종이의 경우는 대변을 통해 배출된다. 하지만 위험한 물건을 먹는 경우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물질을 다량 삼키게 되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소화기관의 폐색을 일으켜 해당 기관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기생충 감염과 같은 합병증도 일으킬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숟가락, 칫솔, 펜을 먹는 30대 인도 남성은 극심한 복통으로 개복 수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배속에서 총 50개가 넘는 이물질이 나왔다.
이식증은 느닷없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법이 따로 없다. 발병률을 늦추는 방법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영양 결핍이 원인일 경우 영양소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치료가 행해진다. 정신적 요인이 원인이라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CBT) 등이 이뤄진다. 무엇보다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을 통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면 이식증의 발병 요인을 감소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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