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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대사관 역할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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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23 22:47:04 수정 : 2025-10-23 22:47:04
소진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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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절차를 따랐다가 조직에 적발됐다. 구조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대사관은 읽지도 않았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취업 사기를 당해 ‘웬치’(숙박 단지 형태의 범죄조직 거점)에 갇혔던 김모(28)씨는 두 차례 탈출에 실패하면서 좌절했다고 했다. 범죄 가담을 거절하자 감금됐고, ‘사진과 위치를 함께 보내야 한다’는 신고 매뉴얼 때문에 이를 감시하던 조직에 발각됐다. 탈출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국경 도시의 또 다른 웬치로 끌려가 100여일 동안 고문을 당했다.

소진영 사회부 기자

정부는 지난 14일 이재명 대통령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서 신속, 정확하게, 확실하게 대응해달라”는 지시가 떨어진 이후 황급히 사태 수습에 나섰다. 다음 날 정부 합동 대응팀 현지 파견과 관련해 외교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캄보디아 사건사고를 납치·감금 문제와 연결짓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범죄단지에 감금된 한국인은 단순 피해자가 아닌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현지에선 수년간 방치된 사안이 터진 것인데, 당국이 ‘범죄자’라는 이유로 실태를 외면했다는 여론이 감지됐다. 실제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편법을 이용해 가혹행위를 피하고 범죄 수익의 ‘콩고물’을 얻어먹고 있지만, 이에 저항하는 이들은 당국의 소극적 대응 탓에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웬치에서 한국인이 갇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했지만 묵인되고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22년간 살았다는 한 교민은 “커뮤니티에 매일같이 도시락 배달 광고가 올라온다”며 “범죄단지에 갇힌 사람들을 먹이기 위한 단체 주문이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웬치에서 한국인들이 죽어 나가는 일은 모두가 알던 해묵은 문제”라고 했다.

 

캄보디아인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한 현지인 택시기사는 “범죄조직이 ‘탈출한 한국인들을 수소문해 달라’는 공고를 올리면 택시기사들이 이들을 웬치로 다시 돌려놓고는 돈을 번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전했다. 경찰청에서 한국어 통역 일을 하는 그의 휴대전화에는 자신이 탈출을 도운 한국인들의 여권과 인적사항, 전기고문을 당한 사진이 가득했다.

 

대사관은 한국을 떠난 국민의 최후 보루다. 현지에 발붙이고 있는 대사관이 이러한 정황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갔을까.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실의 도움을 받아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된 김씨는 아직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21일 시아누크빌 이민청으로 옮겨졌다는 그는 누울 공간조차 없는 유치장에 한국인 5명과 갇혀 있다고 사진을 보내왔다. 주캄보디아 대사관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한 550건의 납치·감금 신고 중 약 100건은 미해결 상태”라고 밝혔다. 현지 경찰로부터 인계받아 한국으로 데려온 피의자 64명에 대한 수사가 떠들썩하게 이어지고 있다. ‘감금됐던 이들이 범죄에 가담했다’는 말은 웬치에서 구조 요청을 보내는 이들을 외면해도 된다는 변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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