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과 ‘가을의 전설’(1994)은 인기 스타 브래드 피트(61)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그의 풋풋한 20대 청년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말고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두 작품 다 미국 북서부의 몬태나주(州)가 극중 배경인 동시에 실제 촬영지다. 영화를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악 지대 등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북쪽으로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겨울에는 무척 춥다. 10월 중순만 되어도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어야 할 정도다.

몬태나는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알래스카, 텍사스, 캘리포니아에 이어 네 번쨰로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반면 인구는 매우 적어 2024년 기준 약 113만명이 전부다. 자연히 연방의회 하원의원도 단 두 명만 배정돼 있을 뿐이다. 하원의원은 물론 상원의원, 주지사까지 모두 공화당 소속 정치인이 맡고 있을 만큼 공화당의 강세가 뚜렷하다. 최근 대선 결과를 봐도 2016년, 2020년, 2024년 모두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들(힐러리 클린턴·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을 압도적 표차로 눌렀다.
75년 전인 1950년 6월 한반도에서 6·25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몬태나주 인구는 지금보다 더 적었을 것이다. 어쩌면 100만명에도 못 미쳤을 수 있다. 그런데 몬태나 주지사실에 따르면 1953년 7월까지 3년 넘게 이어진 전쟁 기간 무려 2만명 가까운 몬태나 주민이 미군 일원으로 싸웠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거의 ‘한 집 건너 한 집’이 참전용사 가정이었던 셈이다. 그 가운데 19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1997년 몬태나주 미줄라에 세워진 6·25 전쟁 기념비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기념비 건립에 투입된 재원 8만달러의 거의 대부분은 이름없는 시민들이 낸 25달러 이하 소액 기부금으로 충당됐다고 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렉 지안포르테 몬태나 주지사가 21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 백승주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안포르테 지사는 “이번 방한 중 전쟁기념관은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몬태나주는 미국의 동맹국을 언제나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몬태나주는 6·25 전쟁 당시 미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군인을 파병한 주”라고 덧붙였다. 주민 약 100만명 중 거의 2만명이 참전했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지안포르테 지사가 기념관 회랑에 자리한 몬태나주 출신 6·25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는 모습이 유난히 큰 울림을 선사한 이유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생존해 있는 모든 유가족 및 그 후손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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