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도 “사퇴” 주장 쏟아져
공직자 이율배반 지탄받아 마땅

“집값 떨어지면 사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어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 차관은 “저 자신을 되돌아보겠다. 앞으로 부동산 정책 담당자로서 주택 시장이 조기에 안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전역 등에 갭 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전면 금지한 ‘10·15대책’ 이후 갭 투자 의혹에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자 떠밀리듯 사과하면서도 사퇴는 거부한 것이다.
불법은 없었다지만 전문가조차 그의 투자 수법에 감탄할 정도다. 이 차관은 2017년 분양받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84㎡ 아파트에 2019년 입주했다가 올해 6월 일명 매도인이 집을 팔고 세입자로 남는 ‘주전세(주인 전세)’로 매매했다. 전세 보증금을 뺀 차액만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갭 투자로, 5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앞서 이 차관 배우자 한모씨는 지난해 7월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117㎡ 규모 아파트를 3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가 12월 14억8000만원의 전세계약을 맺는다. 현 시세가 42억원임을 생각하면 8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이 났다. 모두 10·15대책 이후엔 불가능한 ‘갭 투자’가 활용됐다.
이뿐이 아니다. ‘갈아타기’를 원하는 일시적 2주택자를 위한 양도세·취득세 감면 혜택까지 받으며 이재명정부 출범 직후 슬그머니 다주택자 꼬리표를 뗐다. 의혹은 여전하다. 성남의 아파트 두 곳을 갭 투자할 만큼 자금이 없었는지도 의문이다. 배우자의 사업용 계좌를 포함해 예금만 2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에 아파트 두 채를 “한두 달 내에 정리하겠다”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자녀에게 증여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런 판국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은 10·15대책에 대한 ‘사다리 걷어차기’ 비판을 “실체 없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심지어 “15억 이하면 서민 아파트”라고도 했다. 국민의 허탈감을 헤아리지 않은 망발이다.
처방이 잘못되면 바로잡으면 된다. 하지만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기고 정책 신뢰를 갉아먹는 국회의원·고위 공직자의 이율배반적 행태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정책도 백약이 무효라는 얘기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조차 이 차관에게 “국민 염장 지르는 파렴치한 사람”이라며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사과가 아닌 사퇴가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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