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제트엔진 등 광범위 제한 가능성
에이펙 계기 정상회담 앞두고 신경전
美·中, 24일부터 고위급 무역회담 개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계기로 열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에 대해 “상당히 긴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산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시 주석과의) 회동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함께 우리의 많은 문제와 의문, 막대한 자산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기대하고 있다. 뭔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뿐 아니라 미국산 대두 수출, 나아가 핵 군축 문제까지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희토류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며 “희토류는 하나의 혼란 요인이지만, 주위에 희토류는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핵 문제에 대해서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우리가 핵무기가 가장 많고, 두 번째가 러시아, 중국이 멀리 떨어진 세 번째인데, 4∼5년 안에 너무 많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에 맞선 ‘보복 카드’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노트북부터 제트엔진까지 미국산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제품들이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제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로이터는 이번 조치가 광범위한 규모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해당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소프트웨어든, 엔진이든, 다른 어떤 것이든 수출 통제가 시행된다면 주요 7개국(G7)과 공조 속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러시아에 대해 전사적 자원 관리(ERP), 고객 관계 관리(CRM), 컴퓨터 지원 설계(CAD)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한 바 있다.

다만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 조치는 시행되지 않거나, 시행되더라도 적용 범위가 축소될 가능성은 거론된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에너지, 경제 및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인 에밀리 킬크리스는 “소프트웨어 수출 통제는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압박 수단이지만 미국 산업계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중은 에이펙에 앞서 24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제5차 고위급 무역회담을 연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허리펑 부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24∼27일 말레이시아를 방문, 미국 측과 무역 협상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대표단을 이끈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무역 분야 의제를 사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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